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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맛부터 모양까지 '명품' 딱 한달 만나는 문경 감홍사과

2024-09-04

신맛 줄이고 당도 높여 '프리미엄급'

매해 축제장 찾는 소비자 증가

시, '프리미엄 30' 전략 내세워

3차례 선별 과정 후 상품 판매

10월 중순~11월 중순 출하시기

산도 0.48%...평균보다 단맛 높아

맛부터 모양까지 명품 딱 한달 만나는 문경 감홍사과
지난해 문경사과축제에 선 보인 품평회 입상 감홍사과(붉은 색)를 관람객이 살펴보고 있다. <영남일보DB>

'프리미엄 감홍사과.' 사과 한 개에 2만5천 원, 12개들이 5㎏ 한 상자에 30만 원. 이 비싼 사과가 과연 팔릴까. 문경시가 사과 맛의 정점으로 꼽히는 감홍사과를 '프리미엄 골드'로 이름 붙인 명품만 골라 5㎏들이 상자당 30만 원에 한정 판매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과 손잡고 오는 10월 수확한 감홍사과를 엄격하게 선별해 우선 300상자 정도 판매하기로 했다. 사과 한 개 무게는 450g, 당도는 17브릭스 이상으로 문경에서 생산하는 감홍사과 9천t 중에서도 0.017%인 1.5t만 엄선한 하이엔드(High end)급 명품이다.


지난해 고르지 못한 날씨로 작황이 나빠 '금 사과'로 불릴 만큼 사괏값이 크게 올랐다. 작년 문경사과축제에서 감홍사과가 5㎏에 7만 원에 팔렸다. 그 전해보다 2만 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그런데도 물량이 모자라 축제 후반에는 이른 부사 품종이 나오기도 했다. 7만 원도 결코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문경감홍사과를 썬키스트나 제스프리를 능가하는 세계 1등 명품브랜드 개발을 해보자는 차원의 '프리미엄 30' 마케팅 전략은 판매전략이 아닌 홍보전략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했다. 문경시는 우선 지난 1월 문경 농업의 대표 특산품인 사과와 오미자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 농업기술센터 안에 TF 형태로전략작목연구소(이하 연구소)가 만들었다.

신현국 문경시장의 전략적 결단으로 출범했지만, 실무 책임은 자타가 공인하는 전국 최고의 사과 전문가 김경훈 씨와 오미자 가공 전문가 김미자 농업기술센터 소장 두 사람이 맡았다. 지난 5월 프리미엄 30 마케팅 전략 수립을 마친 연구소는 신세계백화점과 세부적인 판매전략과 상품 디자인 개발에 이어 농가 등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했다.

프리미엄 감홍사과는 규격 및 품질 기준이 남다르게 까다롭다. 1차 선별은 농가에서 착색이나 모양, 크기, 무게 등 특등 품을 고른다. 이후 문경프리미엄감홍사과 선별장에서 AI를 접목한 비파괴 당도과실 선별기로 다시 당도, 크기, 무게, 모양, 색깔, 내부 갈변, 병해충 여부를 판별한다. 3차로 전문품질관리원이 눈으로 검사 뒤 프리미엄 골드 명칭을 부여한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개발한 안전한 포장재에 넣어 출하한다.

3차례의 선별 과정을 거쳐 중량 420~455g, 당도 17브릭스 이상, 착생 80% 이상, 모양은 좌우 대칭 균일, 병해충이나 외상없는 사과만 출하과정을 밟는다.

문경시가 '프리미엄 30' 마케팅 전략을 구상한 것은 감홍사과의 인기에 바탕을 두었다. 매년 문경새재에서 열리는 문경사과축제에서 감홍사과의 맛을 본 소비자들은 달콤한 매력에 흠뻑 빠졌다. 해를 거듭할수록 다시 사과 축제장을 찾거나 농가와 직거래로 구매했다. 작년에는 최상급 감홍사과가 5㎏에 19만 원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질 만큼 인기를 끌었다. 백화점의 30만 원짜리 상품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심어 준 계기다.

문경시는 감홍을 사과 계의 '에르메스' 즉 명품으로 홍보한다. 10월 중순에서 11월 중순까지 1개월만 맛볼 수 있는 사과로 프리미엄 소비행태에 맞는 '스몰럭셔리' 개념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선다는 전략이다. 백화점 측에서는 5㎏들이 뿐 아니라 소규모 포장 단위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춰 친환경 포장재도 만들 계획이다.
 

맛부터 모양까지 명품 딱 한달 만나는 문경 감홍사과
문경에서 가장 오래된 감홍나무로 지난 3월 농가에서 전략연구소로 옮겨 심었다.

'맛의 신세계'를 외치는 문경시는 감홍사과가 대한민국 국민 중 0.0001%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함을 강조한다. 최고의 사과 장인이 생산하고, 최고의 달콤함, 사전 예약 주문 제작형 등이 그것이다. 예전에는 못생겨도 맛은 좋은 감홍 사과였지만 이제 명품 감홍사과는 맛과 모양이 모두 프리미엄 급이다.

맛부터 모양까지 명품 딱 한달 만나는 문경 감홍사과
감홍에 쉽게 보이는 동록 현상. 과실 표면이 거칠어지고 상품성을 떨어뜨린다.
1981년 육종을 시작한 감홍사과는 스퍼어리브레이즈와 스퍼골든데리셔스라는 품종을 교배한 사과다. 1992년 최종 품종을 선발해 육성에 나섰으며 문경에서는 1993년 첫 재배를 했다. 10월 중순쯤 익는 감홍사과는 당도가 16.5브릭스 이상이고 산도는 0.48%로 신맛이 거의 없고 달콤함이 인상적일 만큼 깊다. 일반 사과의 당도는 평균 14브릭스 정도다.

감홍은 사과 표피가 얇아 과실 표면에 반점이나 변색이 나타나는 생리적 장해인 고두병이나 동록이라는 현상이 흔히 발생한다. 비료 주기도 까다로워 초기 재배 농가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탓에 한때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당하는 수모도 겪었지만, 문경 사과 농가들의 집념으로 안정적 재배 메뉴얼을 개발해 문경을 대표하는 품종으로 자리매김했다.
문경시는 사과대학 뿐 아니라 2002년부터 한일 기술교류를 통해 사과 농가들의 재배기술 함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농가들도 2018년 스스로 감홍사과재배연구회를 만들어 전국 최고의 맛을 만드는 자부심을 키웠다. 지난해 기준 문경의 감홍 재배 면적은 420㏊로 전국의 52%를 넘었다. 사실상 감홍은 다른 지역에서는 생산량도 적거니와 재배기술이 부족해 엄두를 못 내는 품종이다.

문경시는 내년에 감홍사과 재배를 500㏊로 늘리고 2030년에는 2배인 1천㏊로 확대할 계획이다. 1천㏊에서 4만t의 감홍사과를 생산해 조수익 6천145억 원을 올려 단일 품목으로 우리나라 최대의 소득을 창출할 작정이다.
맛부터 모양까지 명품 딱 한달 만나는 문경 감홍사과
감홍 재배와 판매는 문경이 전국 최고다. 전북 무주의 사과 재배농가들이 김경훈 문경전략연구소장에게 감홍 재배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특히 브랜드관리위원회와 품질관리위원회를 두고 감홍사과에 대한 신뢰성을 확고히 만들 방침이다. 소비자의 맛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전담 조직과 철저한 품질관리에 힘을 쏟는다. 단순 농산물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감홍사과의 고부가가치를 만들기 위해 2차 가공상품 개발이나 스마트 팜 기술 도입 등 다양한 명품화 사업도 곁들여 문경 감홍사과를 세계적 브랜드로 만들어 간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사과 이야기만 나오면 "감홍사과를 집중적으로 키워 사과 계의 명품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라고 밝혔다. "감홍사과는 우수한 유전력을 가진 경제적 가치가 높은 우리 사과, 우리 품종"이라고 강조한 그는 "감홍사과로 성주 참외를 웃도는 단일 품목 수익을 창출할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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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현

문경을 가장 잘 아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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