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대출이자 높아지며 소비심리 위축
내수 생활소비재 제조업·유통업계 직격탄
"정책 대기업·대형마트 위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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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서울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가계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25일 한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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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국세통계포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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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입주한 생활 전자제품제조기업 A사는 요즘 미래가 어둡다.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해마다 20~30%씩 줄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파고 속에서 금융(이자)비용부담이 갈수록 커지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탓이다. 이는 곧잘 내수침체로 이어졌다. 대출 이자 탓에 새로운 생활용품을 장만해야 할 소비자들은 기존 제품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중고거래를 애용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이때문에 새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완성품 소비재 제조사들은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
A사 대표는 "코로나 때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제품 구매가 활발히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는 사장이 확연히 다르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장 문을 닫아야 할 만큼 상황이 위태롭다"고 하소연했다.
내수침체로 대구경북 중소기업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장기 경기침체 늪으로 빠져들어간 형국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현상' 으로 소비자들이 지갑 열기를 주저하면서 내수시장에 의존하던 기업들도 폐업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실제 대구경북에서는 1년 새 폐업자수가 1만명 이상 늘었다.
국세청 국세통계자료를 보면, 지난해 대구경북지역 모든 규모 사업장의 폐업자 수는 8만3천366건이다. 1년 전(7만2천57건)보다 16%나 늘었다.
전국적으로도 지난해 폐업신고를 한 사업자(법인 일반간이면세)수는 98만6천487명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규모는 전년대비 11만9천195명 증가한 것이다.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다.
대구경북지역 폐업통계를 업종별로 보면 소매업 폐업자가 2만2천547명으로 가장 많다. 음식점 등 서비스업(1만6천374건) 폐업이 두 번째로 많다. 내수에 민감한 업종들의 타격이 큰 것이 확연히 확인됐다.
사실 대구경북 중소기업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경영상 애로요인으로 내수 부진을 꾸준히 토로해 왔다.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본부가 지난 7월 15~19일 지역 중소기업 358개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역 중소기업의 64.5%가 '내수부진'을 경영상에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 손꼽았다.
중기중앙회 대경본부 관계자는 "생계형 자영업자뿐 아니라 생활제품 제조업, 유통업이 내수부진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금리로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소비를 줄이면서 내수 부진의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고물가는 내수시장 침체의 아픈 상처를 덧내고 있다. ☞6면에 계속
동네수퍼 등 지역 유통 흐름도 사방이 꽉 막힌 상태다.
대구 유통업계는 경기침체 국면 장기화 및 대기업 대형마트 중심의 규제완화를 가장 버거워한다. 고물가로 지역 경기가 함께 침체되면서 지역 유통 상권 매출이 꾸준히 줄고 있다.
박우석 대구마트유통협동조합 이사장은 "유통의 유(流)는 흐른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는 동네마트에서조차 돈과 물류가 흐르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에서 모두 영업일 규제 완화, 동네 배달 허용 등 대기업 친화 정책만 펼치고 있어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더 가중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소매유통업계는 '3고 현상'에 타격이 두배로 크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7월 발표한 올해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82로, 전달보다 3포인트 낮아졌다. 2022년 3분기부터 기준치(100)를 넘어 본적이 없다.
소매유통업계에서 경영상 가장 큰 문제점은 고물가로 인한 비용 상승(31.6%)이다. 이어 시장경쟁 심화(17.8%), 중국 온라인플랫폼 공세(16.4%), 상품 매입가 상승(14.6%), 고금리 지속(13.4%) 순으로 조사됐다. '3고 현상'이 소매유통업계 경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윤상현 대구정책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은 "정부나 지자체 지원은 규모가 있는 곳에 집중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고금리·고물가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 현실적으로 내놓을 수있는 정책은 경영안정자금, 대출 이자보전 등 금융지원이 전부다.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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