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콘텐츠 전쟁의 시대
어떤 기술로 살아남을까
승패 가를 경쟁력은 '스토리'
경북의 다양한 문화자원서
K-스토리 발굴 개발 모색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 파리5대학 사회학 박사 |
K에게!
이례적 폭염 속에서 잘 지내고 있지요? 한풀 꺾이긴 했지만 아직 낮더위는 따갑습니다. 이 기상이변도 어쩌면 인류가 자연에게 무분별하게 도전해서 자초한 인재(人災)가 아닐는지요?
한동안 적조했는데 안부 삼아 초대의 글 하나 보냅니다. 저희가 주최하는 행사라 멋쩍기도 하지만 용기를 내서 초청합니다. 행사는 오는 27일부터 3일 동안 포항에서 열리는 '경북 K-스토리 페스티벌'입니다. 지구촌에서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K-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방법을 스토리콘텐츠로 모색해보는 자리입니다. 같은 기간에 '대한민국 독서대전'도 열려서 볼거리가 더 풍성합니다.
지구촌 한류팬이 2억5천만명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열기를 이어갈까요? 창의적 콘텐츠의 지속 개발, K-콘텐츠 우월주의를 벗어난 열린 시선 등 방법은 다양하겠지요. 저희 행사는 그 해법을 스토리콘텐츠 혹은 스토리텔링에서 찾고자 합니다.
왜냐구요?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스토리텔링이 약하면 속 빈 강정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오늘날 K-콘텐츠가 융복합되며 확장되는 과정에 기술이 큰 역할을 한 건 분명합니다. 그럴수록 기술의 발전을 메울 콘텐츠가 중요합니다.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도 필요하지만 그에 맞는 서사구조 즉, 스토리콘텐츠를 만들지 않으면 유저들이 플랫폼을 외면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인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웹툰 등 콘텐츠 분야에서 K-스토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넷플릭스의 공동 최고경영책임자(CEO)인 테드 서랜도스가 간담회에서 한 말도 같은 맥락이겠죠. 그는 "K-콘텐츠의 차별점은 대단한 스토리텔링과 과감한 도전에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죠. 이어 넷플릭스는 국내 창작자 생태계와 프로덕션 기술 및 노하우를 공유하는 'N프로덕션 스토리 워크숍'을 개최하면서 창작 생태계 활성화의 중요성을 보여줬죠.
문화산업이나 콘텐츠산업이라는 용어 대신에 '창의 산업'이라는 용어를 쓰는 영국도 스토리텔링 비중을 키우고 있습니다. 21세기 새 국가사업의 하나로 스토리텔링을 선정하고 전문 스토리텔러를 양성하는 공립기관을 40개 이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콘텐츠진흥원도 K-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원천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권)에 대한 수요와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 만화, 웹툰, 스토리 등 K-콘텐츠 IP가 지속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처럼 저희 행사도 K-스토리를 경북의 다양한 문화자원에서 발굴하려는 의지를 오롯이 담았습니다. '조작된 도시' '범죄도시 4'를 쓴 오상호 작가, 부산영화제를 세계적 영화축제로 자리매김한 '영화인 김동호' 등 내로라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해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입니다. 또 저희가 올해 운영한 스토리아카데미, 스토리클럽에서 창작자의 열정을 키워온 경북 예비작가들의 작품을 제작자들에게 보여서 산업화 가능성을 높여보려 합니다.
제가 볼 때는 프로그램이 다채로운데 너무 자랑만 늘어놓은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자세한 프로그램은 누리집(https://www.storyg.or.kr)에 나와 있습니다. L, P에게도 알려주시고 함께 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계적 스토리 컨설턴트 리사 크론의 말로 초대의 글을 맺습니다. "광활한 콘텐츠 전쟁의 시대에 과연 어떤 기술을 익혀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전쟁의 승패를 가를 경쟁력은 오직 '스토리'에 있다".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 파리5대학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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