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곳곳에 '불법 현수막' 난립해 관리 미흡하다는 지적
관리 주체인 구청장도 난립에 동참해 방관한다는 지적도
대구 도심 곳곳에 정치인들의 추석 안부 현수막이 걸려 있다. |
11일 오전 10시 30분쯤 대구 달서구 조암네거리 일대에는 '풍성한 한가위'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사방에 내걸려 있었다. 신호등, 가로수에 걸린 현수막에는 큼지막하게 게시자인 정치인의 얼굴과 이름이 적혀있었다. 국회의원·지역위원장 등은 물론, 구청장·시의원·구의원 등이 소속 정당을 막론하고 곳곳에 현수막을 걸어놨다.
같은 시각 달서구 월성네거리에도 상황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곳에선 시의원과 구의원의 이름이 함께 적힌 현수막도 보였다. 현수막은 뒤편의 가게 간판도 가리고 있었다.
이를 본 시민 안모(27) 씨는 "추석을 앞두고 인사를 한다고 하지만, 정치적 목적이 다분해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며 "특히 비를 맞아 현수막이 손상돼도 관리가 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어, 오히려 도시 미관만 저해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2022년 개정된 옥외광고물 법에 따르면 '정당 현수막' 게시는 불법이 아니다. 정당 현수막은 각 정당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이 게시한 현수막을 뜻한다. 현재 대구시는 조례를 통해 각 정당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이 자신의 지역구에 4개까지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추석을 앞두고 대구 도심 곳곳에 걸린 현수막은 정당 현수막이 아닌 것이 많아 '꼼수'라는 지적이다. 옥외광고물 법은 각 정당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 외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등이 내건 현수막은 '개인 현수막'으로 간주한다. 개인 현수막에 정치인의 이름이나 얼굴을 게재하면 불법이다.
'꼼수 현수막'이 난립하고 있지만, 기초지자체는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관리 주체인 기초자치단체장이 얼굴 등을 담은 개인 현수막을 내 거는 경우도 있어, 구청이 방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불법인 것은 맞지만, 현재까지 현수막 철거와 관련한 세부 지침이 떨어지지 않아 단속 계획은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김상연 대구시 도시디자인과장은 "11일 행정안전부에서 관련 공문이 내려와 각 구·군과 시의회에 불법 현수막 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시에서도 현수막을 철거할 방침을 세웠다"며 "워낙 게릴라성으로 현수막이 달려 단속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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