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기간 집콕족 증가, 바깥 나들이 자제
의료 대란 우려, 가성 상비약 비축도
명절 인식 변화에 사회 현상 겹친 결과
지속되는 의정갈등에 추석연휴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오후 대구 남구 영남대병원 소원나무에 '의사 선생님들이 떠나지않고 계속 치료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져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
'의료 대란'이 명절 풍속까지 바꿔놓고 있다. 연휴 기간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집콕족'이 증가하는가 하면, 나들이를 자제하고 가정용 상비약 비축에 나서는 이색 풍경도 연출되고 있다.
대구 동구에 거주하는 윤모(66)씨는 이번 추석 연휴를 직계가족과 조촐하게 보내기로 마음을 굳혔다. 매년 큰 집인 윤씨의 집으로 친척들이 모이는 게 그간 명절 풍경이었지만, 최근 뇌경색 진단을 받고 요양 중인 남동생을 위해 올해는 건너뛰기로 했다. 전국을 강타한 의료 대란 때문이다.
윤씨는 "지병이 있는 남동생이 200㎞가 넘는 먼 길을 오가는 와중에 병세가 깊어질까 걱정이 컸다. 행여나 '응급실 뺑뺑이'라도 걸리면 답이 없을 것 같아 이번 추석은 친척 모두 모이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차례상도 차리지 않을 예정이어서 추석 인사로 딸과 사위, 아들과 집밥 같은 점심 자리만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이를 둔 부모들 사이에선 연휴 기간 나들이마저 자제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김모(45·북구)씨는 "응급실 대란 소식을 듣고 걱정이 많다"며 "아이들은 이미 초등학교에 입학한지라 간단한 나들이는 할 수 있지만, 좀 더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사이에선 바깥 외출도 경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의료 대란에 대한 과도한 우려로 비상약 사재기에 나서는 가정도 있다. 초등학생 아들 2명을 키우는 박효진(38·달서구)씨는 "최근 자주 찾던 약국을 들러 가벼운 상처용 약과 상태 완화 효능이 있는 약을 미리 구비했다. 또 약국을 통해 인근 병·의원 몇 곳의 소재도 파악해놓은 상황"이라며 "아이에겐 아파도 병원에 쉽게 가지 못한다고 주기적으로 설명하면서 다치지 않도록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명절에 대한 인식 변화에다 의료 대란 등 사회 현상까지 겹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과)는 "코로나 등으로 새로운 사회구조가 형성됐고, 특히 의대 증원과 같은 정책 변화 역시 영향을 미치면서 새 형태의 추석 풍속이 계속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명절에 가족이 함께 고향에 가 제사를 지내던 문화는 점차 사라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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