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구 북구 오페라하우스에서 작곡가 김성재가 자신이 작곡을 맡은 창작 오페라 '264, 그 한 개의 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창작 오페라 '264, 그 한 개의 별'은 제21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대구오페라하우스서 2021년 첫발 뗀
카메라타 창작오페라 연구회 결과물
제10회 개막작이자 오페라大賞 창작물
'청라언덕' 이어 두번째 축제작품 참여
전통음악 '꼭두각시'·서양 화성 조합
여러 명의 이육사 등장무대 '광야'曲 등
작년 콘체르탄테 공연후 또 수정·보완
"대구선교사 얘기도 오페라 만들고 싶어"
10월18일부터 19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264, 그 한 개의 별'은 독립운동가·시인이자 한 사람의 남편으로서 이육사를 담아낸다. 이 오페라의 작곡을 맡은 김성재 작곡가는 제10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이자 그 해 오페라대상을 수상한 '청라언덕'에 이어 두 번째로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작품에 참여했다.
공연을 앞두고 지난 23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김 작곡가를 만나 오페라 '264, 그 한 개의 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페라 '264, 그 한 개의 별'은 '청라언덕'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창작 오페라다.
"이육사 선생은 거대하신 분인데, 그분을 담아내기에 내 마음이 너무 미천하다. 그래서 내가 이육사 선생을 잘 표현해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고 어려워, 안동 이육사 문학관에도 가보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이육사의 시를 배우면서 이육사 시인의 시를 읽어보면 이분의 마음은 도대체 뭔지 알 듯 모를 듯했다. 그래서 이분을 표현하는 게 나로선 영광이지만, 잘못해서 누가 되면 어쩌나 염려도 되고 만감이 교차했다."
지난해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른 창작 오페라 '264, 그 한 개의 별' 콘체르탄테 공연.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 |
"'카메라타 창작오페라 연구회'를 발족했을 때 4명의 작곡가와 4명의 작가가 매칭되어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품은 대본을 처음 접했을 때 오페라틱하진 않았지만, (초안에는) 5명의 이육사 선생을 등장시켰는데 일단 소재나 관점이 신선했다. 작품을 소개하면 총 4막으로 구성된 오페라다. 1막은 형무소를 배경으로 이육사가 회고하는 내용이고, 2막은 이육사의 혼례식, 3막은 독립운동가와 시인으로서 이육사가 겪고 있는 일들이 등장한다. 4막에는 1막부터 간간이 등장했던 투쟁의 이육사, 남편 이육사, 문학의 이육사, 청년 이육사가 모두 나와 술이 없는 술잔을 들고 세상과 이별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264, 그 한 개의 별'의 음악적 특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조성음악의 범주 안에 작곡된 음악이다. 1막 후반부의 관동 대지진과 관련된 부분은 아주 극적인 부분이면서 현대적인 기법으로 작곡했다. 그렇지만 2막에선 한국 전통음악 '꼭두각시'가 2막 1장을 전부 다 끌고 간다. 꼭두각시 인형처럼 꼬마 두 명이 나와 혼례를 축복해주는 걸 상상하고 곡을 썼는데, 꼭두각시를 서양음악의 화성과 교묘하게 섞으려 했다. 3막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4분의 2박과 8분의 3박이 구분되는 것이다. 감옥에서 이육사를 괴롭히는 변절자가 말할 때는 4분의 2박 음악으로 일본인이 노래하는 듯 상징적으로 나타냈고, 8분의 3박과 8분의 6박은 이육사가 부르는 부분으로, 음악적인 표현의 대비를 보여주려고 했다."
▶작품 중 관객들이 유심히 들어봤으면 하는 곡이 있다면.
"2막 제일 마지막에 이육사 선생이 술을 마시려고 술잔을 봤는데, 보름달이 떠 있는데 보름달이 동그란 게 왠지 일본 국기 같아서 버리고 안 마셨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때 안일양 여사의 아리아인 '술잔에 비친 달도'가 있다. 3막 처음에 레치타티보(오페라에서 대사를 말하듯이 노래하는 것)처럼 시작하는, 이육사와 안일양 여사가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있다. 그 뒤에 '내 님의 흰 저고리'라는 곡이 나온다. 곡은 짧지만, 3일 동안 작곡했다. '내 님이 입은 흰 저고리가 붉게 물들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 슬픈 분위기인데, 밝게 쓸 수 없어 신경을 많이 썼던 곡이다."
▶지난해 콘체르탄테(무대장치·의상 없이 음악에 집중한 형태의 공연)로 선보였는데, 이번 공연에서 보완한 점이 있다면.
"이번 공연을 위해 모든 영역을 리모델링하듯 수정했다. 1막에 이육사 선생이 일본에 건너가서 일본의 근본을 알고 오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은 곡이 추가됐다. 2막에선 혼례식 끝나고 바로 이육사가 떠나는 부분이 있는데, 어색하지 않도록 곡을 추가했다. 3막에는 지난해에는 기악 프레이징만 전주곡에 나왔는데, 이번에는 전주곡에 '독립군의 합창'이 짧게 들어가 있다. 4막에는 여러 명의 이육사가 나오고 떠나는 장면에서 '광야'라는 곡이 있다. 이육사의 시 '광야' 중 중간 부분을 활용했는데, 이번에는 시의 앞부분부터 중간 부분까지를 사용했다."
▶창작 오페라를 만드는 게 쉽지 않은데,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극음악을 쓸 때 가장 신경 쓰는 건 등장인물의 성격을 어떻게 하면 음악적으로 제일 객관적으로 들려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오페라는 한번 무대에 올릴 때 1천명이 넘는 사람이 듣게 되는데, 여러 명이 듣는 데 어려운 단어를 쓰는 건 상황에 맞지 않다고 본다. 아주 보편적인 굉장히 쉬운 어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소재, 특별한 시기에 맞춘 작품이더라도 다 공감할 수 있도록 의도를 갖고 작곡하려 한다."
▶작곡가로서 앞으로 선보이고 싶은 작품은.
"지금까지 선보인 오페라가 1910년대(264, 그 한 개의 별), 1920년대(청라언덕)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제 동시대 음악으로 지금 우리 삶과 가까운 이야기를 하는, 유쾌한 오페라를 작곡해보고 싶다. 현재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얼마든지 과거의 중요한 역사적인 사건을 거론할 수 있다. 한국에서 여러 부분에 헌신한 대구의 선교사에 관한 이야기도 오페라로 만들어 보고 싶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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