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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의 천일영화] '베테랑2'에 없는 것과 있는 것

2024-09-27

막장악역 부재로 쾌감 반감
낡은 소재 피로감도 아쉬워
긴장·유머 살아있는 오프닝
여전히 즐겁고 정교한 액션
상업적 영화의 미덕은 충분

[윤성은의 천일영화] 베테랑2에 없는 것과 있는 것
영화평론가

추석연휴를 앞두고 개봉한 '베테랑2'(감독 류승완)가 말 그대로 극장가를 점령하면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작년만 해도 '거미집'(감독 김지운),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 등 세 편의 영화가 추석 특수를 노렸지만, 올해는 상업영화들 대부분이 '베테랑2'를 피해가면서 독주가 예상되었고, 그것은 연휴기간 동안 이 한 편의 영화가 44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작년 추석개봉 영화 세 편의 관객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그러나 '베테랑2'에 대한 관람평들은 썩 좋지 못한 편이다. 우선, 9년 전 개봉해 약 1천314만명을 동원했던 전작보다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박봉의 공무원 신세를 툴툴거리면서도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강력반 형사 '서도철'(황정민) 캐릭터의 신선함이 떨어진 감도 있고, 갑질하는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처럼 막 나가는 악역이 없는 것도 그 요인으로 꼽힌다. 영화의 전반적 톤 앤 매너가 어둡다 보니 류승완 감독 특유의 유머 코드 또한 전편보다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서사를 구성하는 여러 소재들이 이미 다른 콘텐츠들에서 여러 번 다루어진 것들이라는 점이 아쉽다. 온·오프라인에서 수많은 영상들이 빠르게 소비되고 바로 잊히는 시대에 서도철 아들의 학교폭력 이슈나 사이버레커들의 비윤리적 행태들, 강력범들에 대한 사적 제재 등은 이미 낡은 소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문화 콘텐츠에서 계속 다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파장이 크고 세간의 관심을 받는 이슈들이라는 사실을 방증하기도 하지만, 유사한 형태의 범죄 영상들은 관객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

특히, '베테랑2'는 중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충분히 처벌받지 않았거나 아예 처벌받지 않은 채 뻔뻔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는 악당을 내세우고 있다. '베테랑2'의 악당, 일명 '해치'는 스스로 정의(定義)한 정의(正意)를 구현하는 중인데, 대중들이 그의 범죄를 통해 통쾌함과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는 점에서 조태오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관객들로부터 모종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악당은 2,3,4편을 모두 천만 관객 영화로 등극시킨 '범죄도시' 시리즈에도 나온 적 없는 인물이다. '범죄도시'가 악당들을 극단적으로 잔인하게 묘사함으로써 '마석도'(마동석)의 주먹을 더 시원하게 만들었다면 '베테랑2'의 타격감과 쾌감은 반감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테랑2'는 상업영화로서의 미덕이 충분한 작품이다. 봉형사(장윤주)가 브로치에 카메라를 달고 도박판에 들어가는 오프닝 시퀀스는 바카라의 '예스 써, 아이 캔 부기'가 흐르면서 한바탕 신명 나는 범죄자 소탕 작전을 보여준다. 속도감과 긴장감, 유머도 살아 있으면서 도박판이 벌어지는 건물의 직부감샷, 투시도를 곁들여 전체적으로 스타일리시하게 연출되었다. 무엇보다 남산에서의 계단 액션신과 빗속 옥상 액션신 등은 오랜만에 정교하게 짜인 류승완표 액션을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사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감독 이명세)나 '존 윅'(감독 채드 스타헬스키, 데이비드 리치) 시리즈의 명장면들을 떠올리게 하는 액션신들만으로도 '베테랑2'는 이미 매력적인 영화다. 정해인의 광기 어린 빌런 연기 또한 덤이라고 하기엔 무척 훌륭하다. '베테랑2'의 흥행이 우리 영화계에 훈풍으로 작용해주길 기대한다.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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