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사람에게 충성 안 해"
검사 시절 강렬한 인상 줘
대통령 되고 진정성 의심
자신에게 충성 강요 인상
권위주의로 돌아간 정치
편집국 부국장 |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검사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문장이 아닐까 싶다. 박근혜 정부 시절 여주지청장이었던 윤 대통령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했던 발언이다. 강렬했다. 국민들은 권력자의 외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였다. 당시 민주당 인사들이 윤 대통령을 응원했다. 사시 동기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윤석열 형"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윤 대통령은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당당히 검찰총장에 올랐다. 문 정부에서도 윤 대통령은 '스타 검사'였다. 이번에는 보수 진영으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소신을 지키는 것으로 각인됐다. 윤 대통령은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보수 진영 후보가 됐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워 문 정부의 '내로남불'에 질렸던 국민으로부터 선택을 받았다.
새삼 궁금해졌다. 윤 대통령의 충성의 대상은 도대체 어디인가. 검사 시절 '권력자가 아닌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한다'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지금도 그럴까. 아니다.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바닥 수준이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의 민심도 심상찮다.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면 TK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훨씬 높다. 국민이 몰라주는 것일까, 윤 대통령이 잘못한 것일까. 윤 대통령은 '나는 열심히 하는데 왜 몰라주지'라고 여기는 듯하다. 성찰보다 '남탓'이 쉽다. 대통령실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말이 안된다. 야권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마당에 국민적 지지까지 바닥이라면 최악이다. 애써 외면할 문제가 아니다.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않은 대통령의 역사가 되풀이될 것 같아 안타깝다.
국민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진정성이 담보된다. 윤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하기보다 자신에게 충성을 강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을 내쫓았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도 갈등설에 휩싸였다. 인사도 검찰 중심이다.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한다는 인상을 준다. 툭하면 나오는 '격노설'도 이상하다. 최고 권력자의 '격노'는 참모의 충언을 봉쇄하는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부인 김건희 여사 문제는 뇌관이다. 김 여사와 관련한 의혹이 불거져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시중에서 "대통령이 충성하는 대상은 부인이다"라는 말이 나올까.
윤 대통령은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 권위주의로 돌아간 듯하다. 사람에게 충성하는 현상이 특히 정치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여당, 야당을 가리지 않는다. 국민의힘에서 친윤(친윤석열), 친한(친한동훈)이 고유명사처럼 됐다. 보수 철학과 국가관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특정인의 권위에 기대고 있다. 민주당은 친명(친이재명) 일색이다. 이재명 대표의 권위에 맞서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에게 충성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게 정치다.
최근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화제다. '계급장 떼고 붙는다'는 설정과 공정한 심사가 인기 요인이다. 심사위원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국내 유일의 미슐랭 3스타 안성재 셰프는 '안대'를 쓰고 블라인드로 심사한다. 공정성 시비를 차단했다. 정치에도 안대가 필요해 보인다.편집국 부국장
조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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