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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기준 먼저 알린 뒤 수업 후 평가…"실전처럼 학습하니 효율 높아"

2024-09-30

"수업한 것을 평가, 평가할 것을 수업한다"…대구서 '미래형 학생평가' 추진

성취기준 먼저 알린 뒤 수업 후 평가…실전처럼 학습하니 효율 높아
경북대 사대부중 이수지 학생이 어머니에게 면담에세이를 전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글 쓰는 거 진짜 힘든데, 이상하게 술술 써져서 신기해요!" "쌤, 있잖아요. 이렇게 많이 글 써 본 거 처음이에요!" 경북대 사범대 부설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면담 에세이 쓰기 수행평가를 마친 뒤 한 말이다. '나를 이루는 건'이라는 제목의 이 단원은 자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을 면담한 뒤 자기 정체성이 무엇인지 정리해 한 편의 글을 쓰는 수행평가였다. 면담 에세이는 두 달 동안 이어진 수업의 결과물이다. 학생들은 표지를 디자인하고 면담 대상자와 찍은 사진을 넣어 그럴듯한 책자를 만들었다. 직접 만든 책자를 면담 대상자에게 전달하는 학생들의 얼굴엔 뿌듯함이 가득하다. 대구의 학교 수업이 변하고 있다. 단순 지식 습득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고차원적인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길러줄 수 있는 미래형 학생평가로의 대전환이 필요해진 것. 대구시교육청은 객관식 선다형 위주의 시험으로는 미래인재를 기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서·논·구술형 평가의 비중 강화 및 과정중심 수행평가 내실화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오고 있다.

성취기준 먼저 알린 뒤 수업 후 평가…실전처럼 학습하니 효율 높아
'면담 후 자기 정체성을 담은 에세이 쓰기' 수행평가 결과물인 책자들. <대구시교육청 제공>

◆앎과 삶의 연계 '수업한 것을 평가하고 평가할 것을 수업한다'

먼저 대구교육청은 '수업한 것을 평가하고, 평가할 것을 수업한다'는 슬로건 아래 수업과 평가의 연계를 강조하고 있다.

수업을 먼저 진행하고 나중에 평가를 계획해 운영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단원의 성취기준(학생에게 바라는 결과)에 맞게 목표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평가 계획을 먼저 세운 뒤 수업을 진행한다. 이렇게 수업을 진행함으로써 얻는 장점이 바로 배운 내용을 그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북대 사대부중 국어과 수업에서처럼 '면담 후 자기 정체성을 담은 에세이 쓰기'라는 수행평가 목표를 먼저 계획하고, 이에 맞춰 수업을 구성하는 방향으로 수업-평가를 설계(백워드 설계)한다. 작가가 쓴 에세이를 읽고 '정체성'이란 무엇인지 탐구하고, 다양한 종류의 글을 요약하며 '글의 구조'가 무엇인지 익힌다. 실제 면담 에세이를 분석해 면담 방법과 면담 태도, 면담을 글로 풀어내는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지금까지 익힌 지식을 활용해 '짝 면담 글쓰기'를 한다. 수행평가를 하기 전 실전처럼 연습하는 것이다. 짝을 면담하고 쓴 글은 교사의 조언은 물론 다른 학생에게도 피드백을 받는다. 이렇게 학생들은 학습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연습하고 풍부하게 피드백을 받으며 힘들더라도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수업→채점 벗어나 목표부터 설정
지식 습득 넘어 사고력 향상 도움
논술형 더해 구술 평가 때도 적용



논술형 평가뿐 아니라 구술 평가도 마찬가지다. '말이 칼이 될 때'라는 제목으로 재구성한 수업에서는 언어 표현에 드러난 사람들의 인식을 분석해 발표하는 구술평가가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소설, 신문기사, 에세이, 인문학 서적을 읽고 언어 표현에 담긴 사람들의 인식을 분석한다. 분석한 내용을 PPT로 만들어 발표 연습을 하는데, 채점 기준표를 활용해 동료 피드백, 교사 피드백을 받는다. 또한 촬영한 발표 영상을 다시 보며 학생이 스스로 개선할 점을 발견하도록 한다. 이렇게 충분히 연습한 뒤 새로운 글을 주고 언어 표현을 분석하고 발표하는 구술 평가가 진행된다.

앞서 대구교육청은 현장 교사들의 수업·평가 설계에 도움을 주고자 대구교육청 권장 서식 '교수학습 및 평가운영 계획'을 개발해 중·고등학교에 보급했다. 해당 서식은 △단편적 지식이 아닌 학생들의 깊이있는 학습과 전이를 유도하는 핵심질문 기반 수업-평가의 설계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 및 최소 성취수준 보장을 위한 개별화 및 피드백 전략 △수행평가에 필요한 교과역량과 평가요소를 수업 시간에 충분히 학습 경험하고 키울 수 있는 형성평가를 강조하고 있다.

◆깊이 있는 학습 위한 서·논술형 평가 확대

배움과 성장이 있는,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해 2022학년도부터 '대구교육청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을 개정해 내신평가에서 서·논·구술형의 비중을 확대했다. 지필고사의 한 학기 환산점 100점 중 20% 이상은 서술형 평가를 실시하고, 과정중심 수행평가 1개 영역 이상은 논·구술형 평가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서·논·구술형 과정중심 수행평가가 학교 현장에 안착되기 위해서는 채점 신뢰도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대구교육청은 교원의 평가전문성 신장을 지원하는 다양한 자료 개발과 교원연수 운영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23년에 개발한 '중등 수업 안 논·구술형 평가 나눔자료'는 교과별(국/영/수/사/과, 5종) 과정중심 논·구술형 평가의 구체적인 실천 사례를 담고 있다. 이 자료집은 차시별 수업-평가 계획은 물론 양질의 논·구술형 평가문항 및 학생 활동지, 채점기준 및 예시 답안, 학생답안 및 교사 피드백 등으로 구성돼 있어, 현장 교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대구시교육청, 자료 개발·연수 운영
평가전문성 제고·채점 신뢰도 확보
과정 중심 수행평가 안착 위해 노력


2024년에 제작된 '중등 논·구술형 평가 수업 설계 길라잡이'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한 교육과정 기반 국어과 수업-평가 설계 가이드' '영어과 논·구술형평가 교내 워크숍 운영 가이드'도 현장 교원들이 논·구술형 평가 설계 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미래교육연구원에서는 논·구술형평가 수업 설계의 구체적 절차와 방법을 안내하는 원격연수 콘텐츠 '중등 논·구술형 수업 설계 길라잡이'를 개발해 교원 직무연수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교급 및 교과별 특성을 고려하여 7개 과목, 각 3차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관내 교원이라면 누구나 대구교육연수원에서 상시 수강하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학교의 수업-평가의 질 관리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대구교육청은 2023년부터 지역 중·고등학교의 평가운영 계획과 과정중심 수행평가를, 2024년도에는 '교수학습 및 평가 운영 계획'의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대구교육과정평가지원센터에서는 '서·논술형 평가 모의채점 실습 프로그램'을 개발해 교사 연수에 활용하고 있다.

강은희 교육감은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미래형 학생평가 시스템 구축과 수업-평가 혁신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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