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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쓰는 혐오표현, 전염성 강해 사회문제…손흥민도 英서 '눈찢기' 당해

2024-10-11

이 말들도 혹시? 결정장애 골린이 잼민이

무심코 쓰는 혐오표현, 전염성 강해 사회문제…손흥민도 英서 눈찢기 당해

◆갈등의 악순환…폭력 유도하는 언어

문제는 혐오 표현이 단순한 모욕을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혐오 표현의 핵심 메커니즘은 대상을 집단화하고 낙인을 찍는 데 있기 때문이다.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해 사회적 차별을 재생산하도록 유도한다.

2021년 인권위가 1천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혐오 표현 인식조사'에 따르면, 79.3%가 온라인 혐오 표현이 심각하다고 답변한 가운데 이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더 심해졌다는 응답은 90.2%에 육박했다.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반응은 87.7%였고, 소수자 표현의 자유가 위축됐다는 비율은 79.5%였다. 혐오 표현의 원인으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차별' 때문이라는 생각이 86.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일자리 등 경제적 어려움을 약자에게 표출한다는 주장은 82.4%였고, 언론의 보도 태도를 문제 삼은 답변은 79.2%였다.

주형일 교수는 "혐오 표현에서 비롯된 편견이 일상적으로 공유되고 반복될 경우 해당 집단은 지속적인 낙인과 차별의 대상이 된다"며 "결국 말에 그치지 않고 폭력적인 행동이나 극단적인 이념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온라인에서 혐오를 조장하는 표현은 결국 오프라인에서의 물리적 폭력이나 차별적인 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는 실제로 특정 집단을 공격하거나 배제하는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양인 비하 표현이 만연한 유럽에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 선수마저 '눈찢기' 인종차별 행위를 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무심코 쓰는 혐오표현, 전염성 강해 사회문제…손흥민도 英서 눈찢기 당해 반복·공유되면 해당 집단 낙인효과
극단적 이념·폭력으로 이어질 수도

지양될 부분 있지만 규제는 별개
'표현의 자유' 측면서 막아선 안돼

표현의자유 만연 땐 주류집단만 남아
그게 진정 자유로운 사회일까?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혐오 표현이 양극화를 더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병기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혐오 표현은 특정 집단을 악마화해 배제하는 것을 의도하는데, 이런 표현들이 일상화될수록 사회는 양극화되고 정치도 극단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이용하는 포퓰리스트까지 나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혐오 표현을 일삼는 이들이 다수가 될 경우엔 정치인들도 선거에 이기기 위해 그런 세력에 연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하나의 놀이로 공유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이에 대해 박승희 영남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최근 10대를 비롯한 여러 세대와 영역에서 혐오 표현을 통한 적대적 관계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10대의 경우 윗세대나 다른 세대에 대해 기본적인 저항감과 거부 성향을 갖고 있다. 이런 성향을 발화하는 방식 중 하나가 다른 세대에 대한 혐오 표현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언어 현상은 자극적인 언어를 통해 어떤 집단을 특정화하거나, 이를 통해 사회적 표현을 하는 언어행태는 사회적 언어장애와 소통 단절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규제는 찬반양론…어디까지가 표현의 자유?

혐오 표현에 관한 심각성이 대두되자 이런 표현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규제에 대해선 찬반양론이 나뉜다. 단순히 혐오 표현에 대한 찬성과 반대로 입장이 나뉘기 보다는 검열과 심각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와 연결된다. 실제 범죄나 차별행위를 막기 위해 찬성하는 입장이 있는 한편,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반대하는 이들도 나온다.

직장인 정성진(35)씨는 "혐오 표현은 지양돼야 하지만 규제는 별개의 이야기인 듯하다. 혐오 표현이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단어가 누군가에게 혐오 표현으로 여겨져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아닐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반면 경북대 김민정(21)씨는 "표현의 자유로 혐오 표현을 허용하면 정작 다양성을 가진 개인들의 표현의 자유는 묵살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사회 전반에 혐오가 만연한 주류 의견만 살아남는데, 그게 진정 자유로운 사회일까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어디까지 '혐오 표현'으로 볼지도 관건이다. 처음부터 차별의 의미를 내포하고 만들어진 단어가 있지만 사용 맥락에 따라 차별적 의미가 발생하는 표현도 있기 때문이다.

신조어 중 '결정장애'(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 '-밍아웃'(어떠한 성향이나 소속 따위를 스스로 드러내는 것,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뜻하는 '커밍아웃'에서 비롯됨) 등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이 표현의 사용 과정에서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 성소수자들의 정체성은 감춰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무의식중에 심어줘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당 단어가 차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됐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선영씨는 "장애인에게 '결정장애도 있냐'라고 말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일상에서 결정장애란 말이 차별을 의도하고 사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단지 장애인이 연상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혐오 표현으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해결 위해선 "사회적 합의 통한 규제" "언어·민주주의 교육"

전문가들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사회 통합에 심각한 위협을 준다고 인정되는 혐오 표현만을 규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한다. 주형일 교수는 "혐오 표현은 대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법적인 규제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사회적 편견을 드러내 불편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표현을 금지한다면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위험이 커진다. 부정적 인식을 강화함을 증명하는 명확한 근거 없이 표현을 금지하기 시작하면 사회가 경직되고 문화가 위축될 위험이 있다. 아름답고 좋은 말만 사용되는 사회는 오히려 위험한 사회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견도 제시된다. 박승희 교수는 "(혐오 표현 근절을 위해선) 교육이 필요하다. 혐오 언어의 원인은 대부분 사회적 관계로부터 비롯된다. 세대와 지역, 성별 관계성을 회복하고 다양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며 "특히 언어의 다양성을 문화적 활동과 경험을 통해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언어문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병기 교수도 "무엇보다 '민주주의 교육'이 필요하다. 유럽에선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어릴 때부터 다양성과 소수자를 존중하고 건전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는데, 우리나라도 그런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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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기자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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