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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혐오표현, 덮어놓고 쓰다 보면 나도 차별 못 면한다

2024-10-11

특정 집단 겨냥 차별 조장하는 혐오표현
편견 확대·재생산해 사회분열 심화시켜
일상 속 배제의 언어, 방치해도 되는 걸까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혐오표현, 덮어놓고 쓰다 보면 나도 차별 못 면한다


언어는 사회의 거울이다. 당대의 가치, 문화, 역사, 정치를 반영하고 형성한다. 오늘날 온라인 공간에서 언어는 때때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도구로 이용된다. 한국 사회에서 혐오 표현이 문제되기 시작한 건 수년 전이다.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퍼진 혐오 표현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언어로 자리 잡아 실제 일상에서도 쓰이고 있다. 혐오 표현은 단순한 모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분열을 심화하는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강화된 편견과 증오가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지는 걸 막기 위해 혐오 표현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별적 언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더 깊이 고민할 시점에 이르렀다.

◆'김치녀'에서 '틀딱'까지…진화하는 혐오 표현

혐오 표현은 특정 상대, 계층,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기반으로 발생하는 모욕적 표현이다. 주로 주류 역사에서 소외된 여성, 성소수자, 노인, 아동, 난민, 외국인 등이 대상이 된다. 특정 집단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에서 출발한 혐오 표현은 2010년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스마트폰 보급 초기 쓰이던 혐오 표현은 일간베스트(일베)의 등장으로 '김치녀' '김여사' '전라디언' '홍어' 등 여성과 호남 지역을 비하하는 단어가 주였다. 현재는 그 대상이 확대돼 혐오를 내포한 특정 접사가 붙어 어떤 단어든지 혐오 표현으로 탈바꿈돼 양산되고 있다. 벌레를 뜻하는 '-충'을 붙여 집단 전체를 비하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맘충' '한남충' '급식충' 등은 각각 기혼 여성, 한국 남성, 청소년을 멸시할 때 사용된다. 어린이를 낮잡아 부르는 '잼민이', 노인을 비하하는 '틀딱' 등의 신조어도 나왔다.

이런 표현들은 등장 초기엔 온라인 상에서 쓰였지만 최근엔 오프라인으로도 확산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종종 재미를 위한 유희 활동으로 포장되기도 하며 '밈(meme)'으로 쓰이기도 한다. 대구 수성구 박선영(25)씨는 "길을 걷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꼴페미' '한남충' 등의 단어를 쓰며 서로를 공격하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일종의 유희 같았는데,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런 표현들이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는 게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형일 영남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인터넷의 익명성과 비대면성을 이용해 일반적인 상황에서라면 공적으로 표현하기 힘든 거짓과 증오로 가득 찬 표현들이 거리낌 없이 표출된다"며 "한번 표출되기 시작한 이런 표현들은 댓글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집단을 이루면서 세력화하고 결국엔 큰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구의 경우 여성, 특정 종교인, 노인,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행한 연구용역 보고서 '한국사회 혐오표현의 실태와 정책제안: 2023년 인권의식실태조사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남성에 대한 혐오 표현은 서울·세종에 거주하는 개인들이 높게 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이나 특정 종교인, 노인,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은 대구·대전·경기·제주 등에서 자주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전남·충북의 경우 이주민이나 북한 이탈주민, 부산·경남·광주·인천은 노숙자, 난민, 정치인, 특정 지역 출신인을 대상으로 자주 접하는 패턴을 보였다. ☞12면에서 계속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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