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92% "학생 문해력 저하"…"국가 차원 진단과 대책 마련해야"
일각선 "사회와 세대의 언어 현상, 보다 다양한 관점서 바라보는 것도 필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8일 전국 초·중·고 교원 5천8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문해력 실태 교원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원들은 '학생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어떻냐'는 질문에 91.8%가 '저하됐다'고 답했다. 수업 중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이 총 학생의 '21% 이상'이라고 답한 교원이 절반(48.2%)에 가까웠다.
글의 맥락과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21% 이상'이라고 답한 교원도 46.6%나 됐다. 도움 없이는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21% 이상'이라는 답변도 30.4%,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시험을 치기 곤란한 학생이 21% 이상이라는 답변도 21.4%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금일을 금요일로 착각했다' '왕복 3회라고 했는데 왕복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부자리를 별자리로 생각했다' 등의 사례가 있었다.
또 '족보를 족발보쌈세트로 알고 있었다'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욕을 하느냐고 항의 하더라' 등의 답변도 있었다.
학생 문해력 저하의 원인에 대해선 '스마트폰, 게임 등 디지털 매체 과다 사용'(36.5%)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 독서 부족(29.2%), 어휘력 부족(17.1%), 기본 개념 등 지식 습득 교육 부족(13.1%) 순으로 나타났다.
교원들은 학생의 문해력 개선을 위해 독서 활동을 강화하는 것(32.4%)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어휘 교육 강화(22.6%), 디지털 매체 활용 습관 개선(20.2%), 토론·글쓰기 등 비판적 사고 및 표현력 교육 강화(11.4%) 순이었다.
교총은 "학생들이 다른 사람 도움 없이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험 치기도 곤란한 현실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학생 문해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단·분석을 시작하고, 독서·글쓰기 활동 등을 강화하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해력 문제에 대해 좀 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박승희 영남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교육 현장의 우려도 이해되는 부분이 있지만, 사회와 세대의 언어 현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며 "청소년들의 언어적 다양성이 부족할 수 있지만, 몇 개의 단어만으로 문해력 부족이라며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사회 전반의 독서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어휘량의 부족은 청소년, 젊은 세대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언어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세대 간의 언어적 소통이 활발해지면, 어휘력·문해력 부족 등의 문제들을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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