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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時時刻刻)] 지역 팬슈머와 지정기부제

2024-10-22
[시시각각(時時刻刻)] 지역 팬슈머와 지정기부제팬슈머(Fansumer)란 '팬(Fan)'과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단어로, 단순한 소비를 넘어 제품의 기획, 제조, 유통 등 전반적인 과정에 관여해 브랜드를 키워내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이 현상은 '바이미(by-me)'라고도 불리며, 소비자가 단순히 제품을 소유하고 경험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관여하면서 '내 브랜드는 내가 만든다'는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한다.

지난해 광주에서 '광주 극장 100년의 꿈을 응원해 주세요'라는 기부 캠페인이 진행됐다. 광주 극장은 1935년에 개관한 우리나라의 몇 남지 않은 단관 극장이자, 일제 강점기에는 판소리 공연을, 민주화 운동 시기에는 민중극을 위해 사용되는 등 지역의 역사적, 인문학적 가치를 지닌 문화 공간이다. 그러나 최근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운영이 어려워지자, 이를 지키기 위한 기부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캠페인 초반에는 여러 영화 감독들이 모금 참여를 독려하는 영상을 제작했고, 인디 밴드들이 다큐멘터리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를 만들어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이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에 참여했고, 1차 목표액인 5천400만원을 훨씬 넘은 8천400만원을 온라인으로 모금했고, 오프라인 모금 액까지 합치면 최소 1억원 이상의 성과를 달성했다.

흥미로운 점은 민간 기부 플랫폼 와디즈에서나 볼 법한 이 캠페인이, 광주 동구가 고향 사랑 기부제의 한 형태인 지정 기부제를 활용, 진행했다는 것이다. 일반 기부제와 달리, 지정 기부제는 기부자가 특정 프로젝트나 사업 또는 지역을 지정하여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제도로, 지역 경제와 문화 프로젝트 활성화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실제로, 2023년 고향 사랑 기부제는 243개 지자체에서 총 650억 2천만원의 기부금을 모았고, 그중 1억원 미만의 기부금을 받은 지자체가 72곳이었음을 고려하면, 광주 극장 지정 기부 캠페인이 달성한 1억원 이상의 성과는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이러한 숫자적 성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광주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팬슈머를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자발적인 기부와 관계를 통해 지역의 이슈를 해결하고, '내 지역은 내가 키운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지정 기부제는 고향이라는 지연, 혈연을 넘어 지역 팬슈머를 만드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정 기부제의 성공 요건은 무엇일까?

첫째, 지정 기부 제의 목적과 대상이 매우 구체적이어야 한다. 구체적일수록, 더 뾰족할수록 바이미(by-me)에 의해 지역 팬슈머를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넓은 대중성을 추구하기보다는 깊이 있는 연결을 통해 강한 연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기부의 이야기를 널리 퍼뜨릴 인플루언서를 초기부터 참여시키고, 그들이 이야기의 확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들의 영향력은 캠페인에 신뢰를 더하고,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셋째, 기부 후에도 지속적으로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업데이트 해야 한다. 기부자들의 관심을 유지하고, 그들이 프로젝트의 성장과 변화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소식을 전하라는 것이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등록 인구에 더해 생활 인구의 개념을 도입했다. 생활 인구는 관계인구이다. 지정기부제의 적극적 도입과 활용을 통해 지역 팬슈머를 육성해, 지연 혈연을 넘어 더 넓은 관계의 바다로 지금 나아가야 한다.

전창록 (대구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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