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지역 대형병원들이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 대의 '고유목적사업준비금'(고유목적금)을 적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 갈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병원들이 고유목적금을 경영 정상화에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의 사립대 부설 의료기관(대학병원) 18곳에서 평균 수백억 원의 고유목적금을 적립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에선 영남대병원이 1천757억8천만 원의 고유목적금을 보유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천554억3천만 원)보다 203억5천만 원 증가한 것으로, 전국 대학병원 중 연세대세브란스병원(5천551억5천만 원)에 이어 2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특히 전년 대비 증감 규모에선 전국 대학병원 가운데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대구가톨릭대병원이 569억8천만 원의 고유목적금을 갖고 있었다. 작년(486억9천만 원)보다 82억9천만 원 늘어난 수준이다.
계명대동산병원은 지난해(280억 원)보다 70억 원 줄어든 210억 원 을 보유했다.
동국대경주병원도 52억 원으로 작년(74억6천만 원)보다 22억6천만 원 감소한 수준이었다.
고유목적금은 비영리법인이 건물과 토지 매입, 의료기기 취득 등 시설 투자나 교육 등의 목적을 위해 적립하는 기금이다.
전공의 집단 사직 등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대형병원들의 경영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경영난 해소를 위해 병원들이 쌓아놓고 있는 고유목적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의원은 "병원들의 경영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적립한 고유목적금을 인건비 등 결손 보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인세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올 상반기 사립대 병원 당기순이익 및 순손실 현황에서는 영남대병원이 82억7천만 원의 순이익을 냈다. 반면, 계명대동산병원은 무려 140억1천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동국대경주병원과 대구가톨릭대병원도 각각 21억9천만 원과 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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