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빛 대표변호사 |
기적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기적 같은 일을 '한 강' 작가가 해냈다. 노벨문학상이라니… 너무 멋지지 않은가.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을 수상했을 때만 해도 나는 '한강'이라는 이름을 알지 못했다. 외국문학상을 받았다기에 '파친코' 이민진 작가 같은 한국계 미국인인가 했다. 우리말로 된 글로 외국문학상을 받는 건 상상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근데 알고 보니 토박이 한국인이었고, 나와 동갑이었다. 와우! 내 친구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니…
요즘 신문마다 '한강' 작가에 대한 글이 쏟아지고 있다. 평론가도 아닌 내가 '한강' 작가의 글에 대해 아는 척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읽은 책에 대한 생각을 쓰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
오늘은 '한강' 책을 읽은 감상문을 써 본다.
부커상 수상 소식이 있은 지 한참 지나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독특했다. 뭔가 불편한데, 불편해하는 내가 부끄러워지는 책이었다. 그냥 보통사람들 사는 대로 살면 아무 문제 없는데, 왜 그렇게 못하지? 아니 안하지? 주인공 영혜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러다가 왜 다른 사람들처럼 살라고 강요하는 거지? 그것도 폭력적인 방법으로… 주인공을 불편해하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 후 책을 좋아하는 선배의 추천으로 '희랍어 시간'을 읽었다. 선배는 '희랍어 시간'을 읽고, 눈물이 참아지지 않아 힘들었다고 했다. 선배에게 그토록 큰 감정의 파동을 남긴 '희랍어 시간'이 궁금했다. 그런데, 아! 이건 또 뭐지? 말을 잃은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평범한 이야기 같은데, 왜 이렇게 특이하지? 변호사 업무의 특성상 '통상적' 시각에 갇혀 사는 내가 이해하기는 좀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희망의 빛을 찾아가는 두 남녀의 따뜻하고 깊은 내면이 내 마음을 두드렸다. 내 영역 밖의 사람들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가는 내 삶이 부끄러웠다. 그렇게 '한강' 작가는 나를 자꾸 부끄럽게 만들었다.
어느 순간 나는 '한강' 작가의 문장에 매료되었다. '한강'의 책을 읽고 있으면 내가 약간 지식인이 된 듯한 생각이 들 만큼 '한강'의 글은 아름다웠고, 고급스러웠다. '한강'의 책을 더 읽고 싶어 선택한 책은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였다. 그 책 역시 선배가 추천한 것이었다. 선배는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한강일 것 같다"라고 하였다. 책이 약간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랬다. 책을 읽는 동안 난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소설인데, 그저 소설이 아니었다.
주인공 경하는 친구 인선으로부터 사고로 손가락이 잘려 봉합수술을 받게 되었으니 제주 집에 혼자 있는 새를 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제주로 향한다. 거기서 70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얽힌 가족사를 알게 되고 가족이 수집한 기록으로 아픈 현대사를 실감한다.
나는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아픔의 역사 속으로 이끄는 여정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강이 그려내는 삶은 슬프면서도 아름다웠다. 날개를 퍼덕이며 살고자 하는 새의 존재를 통해 삶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의도를 어렴풋이 읽을 수 있었고.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가는 소설,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는 '한강'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그 책을 읽으며 사랑을, 존엄을, 삶을 지켜가는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는 이제 '소년이 온다'를 읽을 것이다. 이 책은 내게 또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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