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남영기자〈사회부〉 |
지역 전통시장이나 상가를 방문하면 '온누리상품권 사용 가능'이란 문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손님들이 온누리상품권으로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하고 상인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 어느덧 온누리상품권이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 '화폐'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과 지역 상점가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약 5조원을 들여 진행하는 사업이다. 사용처가 지역 시장과 상점으로 제한돼 있지만, 상품권 구매 시 원래 가격의 5~10% 정도를 할인받을 수 있어 소비자들은 지역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하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온누리상품권이 때아닌 '수난'을 맞았다. 최근 들어 온누리상품권 불법유통 사례가 속속히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의 한 신협에선 이사장과 간부가 온누리상품권을 불법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 깡' 의혹에 휘말렸다. 이에 지난 6월과 8월, 대구 중부경찰서에는 중구의 A신협 이사장 B씨와 간부 C씨가 온누리상품권을 불법 구매한 의혹이 있다며 고발장이 접수돼 수사 중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종합국정감사에서는 대구의 한 전통시장 내 마늘가게의 오프라인 온누리상품권 매출이 월 63억원에 달하고, 같은 시장 내에서 월 매출 73억원, 55억원을 찍은 가게도 적발됐다. 당시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인 성심당 본점이 한 달에 모바일과 카드 합쳐서 3억원 정도 하는데, 이보다 수십 배 되는 점포들이 수두룩하다. 어떻게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나"고 지적했다.
이에 전국상인연합회는 지난 8일 부산시민공원에서 '온누리상품권 부정 유통 감시단'을 출범하고 자정 선언문을 낭독했다. 지난 5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대구 북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을 부정 유통한 가맹점 7곳과 불법 브로커 3명을 대구경찰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온누리상품권 불법유통은 갑자기 발생한 사건이 아니다. 온누리상품권의 '허점'을 노린, 과거부터 이어진 악폐(惡弊)다. 늦게라도 조사가 시작됐지만, 오래전부터 횡행하던 온누리상품권 불법유통을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여주기식' 조사와 처벌이 아니라, 온누리상품권의 본질인 '지역 경제 활성화'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 관계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절실하다.이남영기자〈사회부〉

이남영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