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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경북 김천 옥류동과 장전폭포

2024-11-22

구슬 구르듯 맑은 물소리, 하늘선비 노닐던 폭포…세상 시름 씻어주네
정자 '옥류정' 원래 이름은 백석정
사라호 태풍때 유실된 후 다시 건립
장전폭포 바위에 새겨진 바둑판
하늘서 내려온 선비 놀았다는 전설
마라톤 감독 정봉수 기념비도 만나

[주말&여행] 경북 김천 옥류동과 장전폭포
무흘구곡 제6곡인 옥류동 옥동천변의 옥류정. 본래 이름은 백석정으로 계곡 일대의 바위가 흰빛을 띠고 있어서 붙은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다. 멀리 삼각산이 시루봉이다.
[주말&여행] 경북 김천 옥류동과 장전폭포
장전리 장전폭포는 김공폭, 만폭, 귀이폭, 수렴폭 등으로 불리며 아래 소를 지일담, 낙수 벼랑을 운금벽이라 부른다.

성주호 지나 대가천을 거슬러 간다. 깊어져서 서걱서걱 사라지고 있는 가을 가운데로 반짝이는 윤슬과 흰 강돌과 은빛 갈대와 물억새가 사랑받을 만한 초상으로 머물러 있다. 얕은 물에 발을 담그고 선 것은 백로 셋이다. 삼자대면의 분위기라 눈동자만 굴리며 살살 지나친다. 배바위 꼭대기에 올라앉은 무학정과 신화시대의 장군 같은 선바위를 약간 초조한 마음으로 스친다. 무학정과 선바위는 한강 정구 선생이 대가천을 따라 설정한 무흘구곡의 제 3곡과 4곡이다. 그들이 주는 순수한 놀라움을 마구 떠들고 싶지만 이미 오래전에 많은 이야기를 했던 터라 눈치를 보는 것이다. 여인들이 모여 무를 수확하고 있다. 이랑 가득 가지런히 누운 허연 무들의 날숨에 한결 차분해진 마음으로 사인암소공원이 있는 은적1교를 건너 김천 증산면 유성리로 들어선다.

◆ 옥류동 옥류정

황점, 장전, 금곡, 유성2리로 들어가는 골짜기 입구의 백천교 다리에 선다. 다가오더니 지나가버리는 물줄기 너머로 오뚝한 시루봉과 마주한다. 증산면(甑山面)은 시루봉(甑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저 봉우리가 내다보는 일대가 증산면소재지인 유성1리 옥동(玉洞)이다. 증산면의 소규모 하천들은 옥동 부근에서 합류하여 대가천의 최상류부를 형성하는데, 수도리에서 발원해 백천교 아래에서 대가천에 합류하는 물줄기를 옥동천이라 한다. 옥동은 무흘구곡 제6곡인 옥류동(玉流洞)에서 온 이름이다. 옥류는 흐르는 물이 구슬 같다는 뜻이고 옥류동은 백천교 일대다. 안내판에 정구의 칠언절구가 쓰여 있다. '여섯 굽이 초가집이 물굽이를 베고 누워/ 세상의 근심걱정 몇 겹으로 걸어 막았네/ 고상한 그 사람은 이제 어디로 갔나/ 바람과 달만 남아 만고에 한적하네.'

옥류동 짙은 그늘 속에 옥류정(玉流亭)이 돋움 서 있다. 정확한 창건 연대는 알 수 없고 1957년 8월 사라호 태풍 때 유실된 후 방치되었다가 2003년경 다시 건립하며 '옥류정'이라 이름 붙였다. 본래 이름은 백석정(白石亭)이었다. 정자 앞 계곡 일대의 바위가 흰빛을 띠고 있어서 붙은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다. 바위는 정말 희다. 언 듯 희다. 흰 바위에 포트홀이 예사롭다. 백천교 아래로 내려가 겹으로 쌓인 너럭바위를 조심스레 디딘다. 정자에 오르진 못하나 조금 가까이는 갈 수 있다. 천 가장자리의 어두운 너럭바위에는 나이테와 같은 층층의 줄무늬와 연흔이 흔하고 바위와 바위 사이 좁은 천변에는 한 줌 모래가 귀하게 펼쳐진다. 물소리 쟁쟁해도 만고에 한적하다.

◆ 목통천변의 마을들

[주말&여행] 경북 김천 옥류동과 장전폭포
장전리의 너른 양파밭. 장전리는 인근에서 보기 드물게 크고 긴 밭이 있어 장전이라 했다 한다.

백천교를 건너 바로 오른쪽에 '국가대표 마라톤 감독 정봉수 기념비'가 있다. 정봉수 감독은 증산면 출신으로 마라토너 황영조와 이봉주를 길러낸 인물이다. 왼쪽에는 주차장과 깨끗한 화장실, 정자와 벤치 등이 있는 옥류동 쉼터가 있다. 정자 너머로 대가천 본류가 내려오는 골짜기가 환하다. 이 골짜기의 물길은 가장 깊은 마을인 황점리의 목통령(木桶嶺)에서 시작되어 목통천이라고 불린다. 목통천변의 첫 마을은 유성2리 버들밭이다. 임진왜란 때 황상원(黃相元)이란 선비가 피란을 와서 정착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마을 앞 버드나무 숲을 개간해 밭을 일구었다하여 버들밭이라 했다 한다. 또 버드나무가 성곽처럼 마을을 에워싸고 있어 유성(柳城)이라 했는데 후에 증산면소재지가 유성1리 옥동으로 정해진 뒤 원유성(元柳城)이라 불렀다고 한다. 버드나무는 보이지 않고 가까운 사과밭은 아직 영그는 중이다. 배추를 뽑던 남자가 엉거주춤 허리를 펴고 선다. 모자 아래로 물억새 같은 백발이 보인다.

조금 더 상류는 금곡리다. 마을 뒤 골짜기에 옛날 큰 금광이 있어 금곡(金谷)이라 했다 한다. 경사가 그리 가파르지 않은 목통천변에 논이 넉넉하다. '수도산 와이너리' 간판을 지난다. 복서 출신 대표가 산머루로 술을 빚는다는데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최고상을 여러 번 받았다고 한다. 장전교를 건너면 장전리다. 인근에서 보기 드물게 크고 긴 밭이 있어 장전(長田)이다. 천주교대구대교구에서 개장했다는 증산오토캠핑장과 문 닫은 듯한 만폭슈퍼 앞을 잠시 서성이고, 너른 양파밭을 바라보며 또 조금 서성이고 나서야 수확을 마친 자그마한 사과밭 앞에 선다. 골짜기 아래로 난 계단에 장전폭포 안내판이 있다.

◆ 장전리 장전폭포

[주말&여행] 경북 김천 옥류동과 장전폭포
장전폭포는 하늘의 선비가 내려와 바둑을 두며 놀았다는 곳으로 폭포 상부에 바둑판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장전폭포는 하늘의 선비가 내려와 바둑을 두며 놀았다는 곳으로 폭포 상부에 바둑판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솔잎과 온갖 참나무 이파리에 뒤덮인 바둑판을 톱니가 부드러운 참나무 잎으로 쓸어본다. 선명하다. 선명한 가운데 어디에 두 사람이 마주 앉을 것인가를 골똘히 생각한다. '도한기의 읍지잡기에 현종(顯宗) 울사년(1605)에 관찰사 김휘(金徽)가 선바위를 경유하여 돌아 들어가 수 십장 길 날아 내리는 폭포의 빼어난 경치를 보고 김공폭(金公瀑) 세 글자를 새겼다'는 정보가 몇 군데 있다. 울사년은 을사년의 오기이고 1605년은 선조 때다. 현종 연간에 경상도 등 여러 관찰사를 지낸 김휘라는 인물이 있는데 그는 1607년에 태어났다. 짜 맞추어 보면 '현종 6년인 1665년 을사년에 관찰사 김휘가 폭포에 왔다'가 얼추 맞지 않나 싶다. 그나저나 김공폭 각자는 어디에 있나 또 골몰히 찾아본다. 왜 이리 밉상으로 따지고 있냐면, 마음이 흔들려서다. 엄청난 폭포음이 들리지 않을 만큼 애당기는 폭포다.

절벽은 적벽이고 청벽이고 온갖 빛깔로 번뜩이는 벽이다. 물은 흰빛이고 보랏빛이고 농람이고 청록이다. 폭포의 오른쪽 절벽 상부에서 만폭이라는 각자를 발견한다. 아, 만폭슈퍼! 가운데 물줄기와 오른쪽 물줄기 사이에도 각자가 있는데 잘 식별되지 않는다. 이 외에 귀이폭(歸異瀑), 지일담(知一潭), 수렴폭(水濂瀑), 운금벽(雲錦壁) 등의 각자가 있다고 한다. 오늘은 크게 세 줄기로 떨어지지만 비가 많이 온 뒤의 장전폭포는 너른 벼랑을 통째 뒤덮고 떨어져 '김천 나이아가라 폭포'라 부른단다. 저절로 도로를 따라 조금 오른다. 폭포 상류에도 대자로 눕기 좋은 하얀 너럭바위와 큰 튜브 허리에 끼우고 홀로 동동 떠 있기 좋은 소가 있다. 문득, 하늘의 선비는 대국이 아니라 홀로 놀았다는 생각이 든다. 계곡을 둘러싼 작은 밭과 숲과 풀들은 눈부시다. 눈부신 채로 길은 위로위로 멀리 굽이져 오르고 물은 아래로아래로 멀리 굽이쳐 흐르는데, 그 가운데서 그만 찢어질까 햇빛에 데워진 하얀 너럭바위를 꽉 붙잡는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여행 Tip

30번국도 달구벌대로 성주방향으로 간다. 성주 진입 후 30번국도 무주, 대덕 방향으로 내내 가면 된다. 성주호 지나 배바위, 선바위, 사인암을 지나면 김천 증산면 유성리다. 면소재지 번화가 백천교 상류 유성교회 맞은편에 옥류정이 위치한다. 장전폭포는 백천교 건너 직진하다 수도산와이너리 간판 지나 장전교 진입 직전에 우회전한다. (내비게이션이 어려운 길을 알려준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실제 그랬다.) '시루메 고을 금곡 다목적 마당'을 오른쪽에 두고 황점1길을 따라 가는 길이다. 마을 지나 천주교대구대교구 증산오토캠핑장, 만폭슈퍼, 장전보건진료소, 양파밭, 우사를 차례로 지나 조금만 더 가면 오른쪽에 장전폭포 입구 안내판이 있다. 차량 6~7대 정도 주차할 공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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