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25일부터 부산에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다섯 번째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 Intergovernmental Negotiating Committee) 회의가 열린다. 금번 회의는 회원국들이 지구 전체의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기 위해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춘 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플라스틱은 국내·외적으로 전자제품, 자동차, 포장재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며 현대인의 삶을 혁신하고 편의성을 제고했다. 하지만 이로 인한 해양 플라스틱 오염 등 환경 문제는 이제 전 세계적 위기이자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다만 국제사회 모두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그 해법은 생산량 감축과 재활용 확대로 나뉘어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그간의 주요한 논의 사항과 쟁점은 무엇인가. 1차 회의는 2022년 11월 남미 우루과이 푼타델에스테에서 개최되었는데(INC1), 플라스틱 생산 감축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등 주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 2차 회의는 2023년 5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었고(INC2), 이후 같은 해 9월 플라스틱 국제협약 관련 초안이 발표되었다. 2024년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개최된 4차 회의(INC4)에서 구체적인 글로벌 생산 감축 목표에 대한 언급이 있었으나 최종 합의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특히, 핵심 쟁점 중 하나인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두고 찬성하는 주장과, '재활용이 우선'이라는 반대 주장이 끝없이 대립했다. 또한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협약인지, 국가별 상황에 맞는 자발적 목표인지 역시 주요 쟁점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플라스틱 해법은 생산 감축인가 재활용 확대인가. 2022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보고 등에 의하면 전 세계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대 150만톤 수준에서 2000년 2억 4천300만톤으로 160배가량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후 2019년에는 4억6천만톤으로 불과 20년 만에 2배가량 증가했고,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2060년에는 12억3천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반면에 폐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입법과 감축 계획이 모두 실행되더라도 생산량은 2040년까지 8% 감소에 그친다고 한다.
재활용 현황은 어떤가. 환경부의 '2022 환경통계연감'에 의하면 분리배출된 플라스틱 생활폐기물의 재활용률은 56.7%로(2021년 기준), 같은 해 유럽연합(EU)의 재활용률(40.6%)보다 높았다. 다만 이를 유럽 기준에 적용하면 한국의 실제 재활용률은 약 16.4%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도 하다. 결국 급격한 생산량의 증가폭과 실제 재활용률을 고려하면 플라스틱 문제를 재활용 확대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또한 플라스틱의 재활용을 위해서는 소각, 매립이 아닌 열분해 등 현장에서 활용이 가능한 기술개발도 필요한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플라스틱 해법은 생산량 감축과 재활용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다만 생산 감축이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임은 분명하지만, 이는 경제적, 산업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뿐 아니라 국제 사회의 합의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급격한 생산 감축보다는 우선 구체적인 감축 목표 연도를 명시하고 국가별로 상황에 맞는 중장기적이고 단계적인 감축 목표, 이행계획의 수립과 실제적인 이행을 담보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부산에서 개최되는 제5차 회의에 앞서 국제사회가 합의한 '국제플라스틱 협약'이 성안되는 성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해본다.
김도형 법무법인 화우 환경규제대응센터장 한양대 공학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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