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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감시원 동행취재] 초소 너머 멀리 보고, 마을 곳곳 살피며 화재 예방 앞장

2024-11-26 13:48

■가창면 주리 산불감시원 제갈애순 이장 "주민 일상 잘 알아 도움"

산 오르는 것보다 힘든 건 '실랑이'…논밭 소각 경각심 없는 이들도 많아

산 중은 나무 탓에 시야 확보 불리하고 시간 소요 많아 산불감시에 불리

가창면 행정복지센터 "감시원·주민 작은 노력이 큰 산불 막을 수 있다"

[산불감시원 동행취재] 초소 너머 멀리 보고, 마을 곳곳 살피며 화재 예방 앞장
대구 달성군 가창면 주1리 산불감시 초소에서 제갈애순 산불감시원이 단산리를 바라보고 있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 주1리 주동지 앞 산불감시 초소에서 제갈애순 산불감시원이 최정산과 주동지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22일 찾은 이 초소에서 보는 주리는 미세먼지 없이 맑은 하늘 아래 늦은 단풍으로 산은 붉은 빛과 푸른 빛이 섞여있었다. 이 평화로운 풍경에서 검은 연기가 가늘게라도 한 줄 피어오르면 감시원은 관할 행정복지센터와 119안전센터에 산불을 알린다.

[산불감시원 동행취재] 초소 너머 멀리 보고, 마을 곳곳 살피며 화재 예방 앞장
산불감시 초소의 등짐펌프. 펌프를 당기면 물이 분사된다. 큰 불이 번지기 전의 작은 불씨를 잡을 수 있다.

가창면의 85%는 산지다. 가창면의 산불감시원은 25명으로 달성군의 다른 면보다 2배 이상 많다. 주동지 앞 초소에서는 4차선 도로 너머 건너편인 단산리까지 훤히 보인다. 이렇게 감시지역은 중첩되도록 꾸린다. 관할지역을 떠나 산불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감시원과 협력은 필수인 셈이다. 초소에는 15L의 등짐 펌프가 있다. 큰 불은 잡을 수 없지만 논밭 부산물 소각을 하거나 작은 불씨를 잡기엔 충분해 보였다.

[산불감시원 동행취재] 초소 너머 멀리 보고, 마을 곳곳 살피며 화재 예방 앞장
산불감시 초소 안에 비치된 근무일지.

산불감시원은 동네 곳곳을 순찰한다. 넓은 동네를 돌아보기 위해선 기동력이 필수다. 제갈 감시원은 오토바이로 지역을 둘러본다. 취재진은 자동차를 타고 감시원을 뒤따랐다. 초소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곳에서 작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타는 냄새가 났다. 가정집에서 메주를 끓이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핀 것이었다. 제갈 감시원은 "또 마을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도 화재로 인한 것인지 아궁이에서 나오는 것인지 어느 정도 알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갈 감시원이 '연기의 출처'를 확신하는 이유는 주1리 이장이기 때문이다. 주리에는 아궁이에서 불을 피우거나 화목 보일러를 사용하는 집이 몇몇 있다. 생활에서 발생하는 연기를 파악하고 감시활동에 이 정보와 노하우를 활용하기도 한다. 또 날씨가 흐리거나 미세먼지·황사로 가시거리가 짧더라도 연기는 잘 보이는 편이라고 한다.

산불감시원의 어려움은 뜻밖이었다. 추운 날씨에 산을 오르는 것을 예상했지만, 웬만해선 산을 오를 일은 없다고 한다. 산 정상이 아닌 이상 나무 탓에 오히려 시야가 가려지고 시간이 많이 들어 순찰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제갈 감시원은 "산불감시원이 산에 오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땐 진짜 산불이 났을 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충은 바로 주민과의 실랑이다. 농촌 어르신들은 농사를 하고 남은 부산물들을 경작지나 마당에서 태운다. 오랜 생활방식이라 경각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산물을 태우는 연기가 보이면 감시원이 출동해 재빨리 가 등짐펌프로 불을 끈다. 큰불로 번질 기미가 보이면 당국에 신고한다. 불을 피운 사람에게 "산으로 불씨가 날아들 수 있기 때문에 태우면 안 된다. 불법이다"라고 말하면 반대로 화가 돌아온다. "내 땅에서 내가 불 피우는데 왜 그러느냐" "잠깐 태우면 끝이다" "그럼 이걸 어떡하느냐" 등의 말을 듣기 일쑤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산불의 32.9% 실화에서, 23.5%는 쓰레기소각과 논·밭두렁에서 태우는 행위에서 비롯됐다. 성묘객과 담뱃불에서, 논밭에서 농작물의 부산물을 태우다 불씨가 바람을 타고 나무에 옮겨 붙으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또 산림보호법에 따라 산림이나 산림인접지에서 불을 피우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또 실수라도 산림을 태우면 징역형에 처할 수도 있다.

[산불감시원 동행취재] 초소 너머 멀리 보고, 마을 곳곳 살피며 화재 예방 앞장
주1리 마을 회관에서 이 마을 이장인 제갈애순 산불감시원이 산불조심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

이날 동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마을회관이다. 제갈 감시원은 휴대전화와 방송기를 연결해 소각행위와 실화에 주의해달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또 주3리 마을회관과 가창면 업무용 차량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산불예방 안내방송이 흘러 나왔다. 가창면 곽동수 지역개발팀장은 "산불감시원, 마을 방송, 주민들의 관심 등 작은 노력들이 모여 산불이라는 큰 위험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

글·사진=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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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상

일기 쓰는 기자 박준상입니다. https://litt.ly/jun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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