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수색 등 지속하며 70m 수심 머물던 금광호 1천300m까지 떠내려가
역조류 타면서까지 무리하게 감포항으로 목적지 변경 등 의문
금광호(빨간원 안)가 침몰 전 예인되고 있는 모습. <포항해양경찰서 제공> |
경북 경주시 감포항 인근 해상에서 화물선과 충돌해 전복된 어선 '금광호'가 예인 도중 침몰하자 책임소재를 놓고 공방이 뜨겁다.
특히 잇따른 예인 실패로 시간이 지체된 데다 역조류까지 타면서 영일만 신항에서 감포항으로 목적지를 무리하게 변경한 점 등에선 비난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 예인선 조기확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해경은 이번 침몰에 대해 '불가항력'이라는 입장이다.
11일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2시 10분부터 예인이 진행됐지만 5시간 만인 오후 7시 6분쯤 감포항 북동방 18.5해리 지점에서 예인선과 금광호 사이에 연결된 밧줄이 끊어졌다.
해경이 수색에 나섰으나 위치 파악에 실패했다. 금광호는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밧줄이 끊어진 지점은 수심이 약 1천m로, 침몰한 금광호의 인양은 사실상 힘들어졌다.
예인색(밧줄)의 절단은 금광호 선체에 물이 들어차고 역조류와 함께 많은 무게가 실렸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해경은 밧줄이 끊어질 당시 29t급 금광호에 실린 무게는 10배가 넘는 300t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밧줄이 끊어지지 않았다면 예인선마저 함께 침몰할 가능성이 컸을 것이란 게 해경측 입장이다.
예인이 좀 더 신속하게 진행됐더라면 침몰상황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란 비판이 거세다. 최초 금광호 전복지점은 감포항 남동방 약 6㎞(약 3.8해리) 해상이다. 수심(70m )도 낮아서다.
그런데도 사고 첫날 예인을 최초로 시도한 워터제트 선박(문무대왕호, 83t), 스크루 선박(53t), 500t급 경비함정 모두 잇따라 예인에 실패했다. 설상가상 날까지 어두워졌다. 다음날 전문 예인선(2천900 마력)이 예인을 시작한 시점은 이미 감포항에서 20해리 떨어진 수심 1천300m 지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해경은 실종자 구조와 예인을 병행할 수 없어 예인 시점이 늦어졌다는 입장이다. 잠수사 30여명이 10회에 걸쳐 수색을 했지만 마지막 실종자 구조에 실패했다. 수중 수색을 멈추고 예인을 시작한 시점에 금광호는 이미 먼 바다로 떠내려간 상태였다.
잇따른 예인 실패 역시 관련법상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침몰한 어선은 해상장애물로 취급돼 선주가 예인 등을 통해 치울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류를 감안해 목적지를 포항 영일만 신항으로 정했다가 이후 감포항으로 변경한 점에 대해서는 관련법을 떠나 도의적인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선주의 뜻이라고 해도 역조류에 따른 예인작업의 어려움과 침몰 가능성에 대해 해경이 모르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초 예인 시작 때부터 전문 예인선 확보 등을 위해 해경이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점도 짚어야 할 대목이다.
포항해경 관계자는 "금광호가 어선치고는 큰 편이어서 인근에서 이를 감당할 예인선을 확보하는데 시간이 걸렸다"며 "우선 순위상 실종자 수색이 먼저다. 예인과정에서 침몰은 불가항력이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해경은 금광호의 침몰에 따라 예정된 선내 추가 수색과 관계기관의 선체 합동 감식이 무산됐지만, AIS(자동선박식별장치)에 기록된 항적과 화물선의 충돌흔이 명확해 사고 원인 파악에는 지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실종자 수색은 11일 오후 6시부로 종료하고 경비 활동과 병행해 주변을 살필 계획이다.
전준혁기자 jjh@yeongnam.com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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