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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12·3 계엄은 현실…스포일러가 없다

2024-12-12

영화 '서울의 봄'의 전두광
"실패 반역, 성공하면 혁명"
탄핵 불발로 불확실성 커져
여당 2·3월 하야 카드 검토
탄핵 향배 결국 민심에 달려

[박규완 칼럼] 12·3 계엄은 현실…스포일러가 없다
박규완 논설위원

대한민국 국민이면 윤석열 대통령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다 안다. 대선 후보 시절 그 특유의 제스처에 유권자들이 열광하기도 했다. 한데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는 셰도우 동작이 아니었다. 민주공화정과 국민을 직접 가격한 어퍼컷이었다. 무장군인의 한밤 국회 진입은 헌정질서를 짓밟은 야만이며 민주주의를 유린한 폭거였다. 이제 영화 속의 서사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45년간 잠들었던 계엄 망령이 디지털 문명시대에 다시 깨어나다니. "실패했기에 망정이지…." 안도하는 국민들의 반사적 '계엄 트라우마'가 황망하다. 영화 '서울의 봄'에 나오는 전두광의 대사를 반추해본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입니까?" 윤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는 반역이자 내란이다.

탄핵 불발에 대한 외신의 평가는 부정 일색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악의 결과"라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는 "탄핵 무산으로 한국의 정치격변과 불확실성이 깊어지게 됐다"고 논평했다. 아사히신문은 "정치의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고 했다. 여권에선 "탄핵은 불확실성과 혼란의 길"이라고 했지만, 외신은 탄핵 무산으로 정치와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봤다. 실제 탄핵 불발 후 우리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총리의 '한-한 공동 국정운영' 및 '질서 있는 조기퇴진' 구상은 시작부터 스텝이 꼬였다.

국민의힘은 '2월 하야-4월 대선'과 '3월 하야-5월 대선'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어떻든 이재명 최종심까지 버텨보자는 게 여당의 속내다. 한데 2월 하야 시나리오는 탄핵보다 불리하다. 헌재 심리기간(최장 180일) 동안의 시간을 벌 수 없어서다. 대통령실은 탄핵될지언정 조기 하야는 없다는 입장이다.

위헌 논란도 난제다. 헌법 71조는 '대통령의 궐위와 사고 때만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총리와 여당 대표가 헌법적 절차를 거치지도 않고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이야말로 헌정중단이며 국정농단"이라고 직격했다. 반면, 탄핵은 대통령 직무정지가 완벽하다. 2차 계엄 우려도 말끔히 정리된다.

비상계엄은 로마 공화정에서 유래한다. 비상시에 집정관에게 권한을 몰아주는 '원로원 최종권고'가 그 뿌리다. 의회 격인 원로원이 주도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며 "국회는 범죄자들의 집단"이라며 적대감을 표출했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 활동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계엄사령부 포고령 1조에도 국회 능멸의 흉중이 드러난다. 국회의 계엄 해산 요구권을 부정하는 위헌적 조항이다. 계엄군의 선관위 점령은 총선 부정선거 주장에 불을 지펴 국회를 해산하려 했다는 음모론과 맞물린다. 윤 대통령의 메갈로마니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통치자의 사유(思惟)는 위험하다. 정신세계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된 피의자가 대통령직을 유지한다? 계속 국군통수권을 갖는다? 이게 사리에 맞나.

관건은 민심이다. 정치공학적 셈법만 따지다 졸지에 내란 동조세력이 된 국민의힘의 향배도 민심에 달렸다. 여론은 탄핵 찬성 쪽으로 확연히 기운다. 영화가 아닌 현실이라 스포일러는 없지만 진중권 광운대 교수의 진단은 의미심장하다. "2016년에는 태블릿 PC로 훈수를 뒀다면 이번엔 군대가 총 들고 국회로 쳐들어간 상황"이라며 "탄핵안 가결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그의 예측이 적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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