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경 사회에디터 |
2024년 12월 대한민국 국민들은 칠흑같은 어둠 속에 갇혔다. 극단적 여소야대 정치 구도속에서 잔뜩 벼르던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선포'라는 초대형 사고를 쳤다. 무모한 자폭카드다. 계엄선포된 날 집에서 공포감에 떨었던 시민들은 앞다퉈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 분노한 민심은 초스피드로 임계점에 도달했다. 국민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윤 대통령의 1차 탄핵이 불발되자 분노의 불길은 더 확산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민심에 부합할 정국 수습용 묘수 찾기는커녕 이해득실만 따지는 데만 혈안이다. 여당은 보수궤멸을 막을 출구 찾기 위해 시간 끌기에 여념이 없다. 야당은 여론전을 펼치며 탄핵-조기대선-정권 탈환에만 천착하고 있다. 사방천지가 안갯속이다. 이번 사태는 국내 역대 탄핵발 혼란 정국과도 양상이 다르다.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때 조성된 탄핵 정국에선 그래도 어느 정도 결과는 예측이 됐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대한 삼성 등 대기업들의 '묻지마 기부'가 도화선이었다. 그 유명한 '제3자 뇌물죄' 적용의 근거가 됐다. 이후 이화여대 입학비리 의혹, 대통령 연설문 수정 의혹이 불거진 '태플릿 사건'으로 이어졌다. 나중에 '국정농단' 사건으로 한데 묶였다. 박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퇴진촉구 시위가 본격화된 2016년 10월 말부터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한 2017년 3월10일까지 수개월간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여론재판이 정권의 명운을 갈랐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공적 자리에서 여당(열린우리당) 지지발언을 했다가 탄핵 위기로 내몰렸다.결국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2004년 3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취임 1년 만에 직무를 정지당했다. 하지만 두 달 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하면서 기사회생했다. 이 때는 대통령 동정론이 불었고, 탄핵 주도세력은 역풍을 맞았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국회가 마음대로 내쫓아선 안된다는 정서가 작용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한 방에 모든 걸 잃은 케이스다. 계엄은 국민들에게 공포 그 자체인 탓에 충격파가 컸다. 갑자기 국민의 자유를 옥죄려한 상황은 이해가 안되고, 딱히 설명할 길도 없다. 윤 대통령은 현재 내란죄로 몰려 출국이 금지됐다. 언제 체포돼 고강도 수사를 받을지 모른다. 위상은 어정쩡하다. '질서있는 조기 퇴진' 명분 하에 사실상 직무배제됐다곤 하지만 엄연히 국군 통수권자다. 최근엔 장관 사표도 수리했다. 국민이 분통터지는 이유다. 대통령 월급(2천124만원·세전)이 아깝다는 얘기까지 흘러 나온다. 세금을 제하면 실수령액은 1천400만원이다.
나라 꼴은 엉망진창인데 '탐욕의 문'을 열려는 불편한 시도는 계속되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증액없이 감액만 반영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미래를 담보할 중요 현안사업을 앞둔 지방정부의 살림살이 사정은 안중에 없다. 정부 및 여당 인사에 대해선 무더기 줄탄핵·줄특검을 예고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유력한 한덕수 국무총리 고발 및 탄핵, 잠재적 대권후보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특검 추진도 시사했다. 정국을 더 혼란에 빠뜨려 정권 탈환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탐욕과 공포가 더 판치기 전에 이 상황을 매조지해야 한다. 수습책으로 거론되는 윤 대통령의 질서있는 조기퇴진, 하야, 탄핵 모두 대선시기와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 희생어린 용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수경 사회에디터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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