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플랫폼의 숏폼 콘텐츠들. '너의 뮤즈 나의 여신' <펄스픽 제공> |
영화 '나야,문희' 24일개봉 화두
AI활용 나문희 스토리에 녹여
플랫폼 비글루·왓챠·치지직 등
숏폼 위주 시장 장악하며 성장
다양한 플랫폼의 숏폼 콘텐츠들. '너의 뮤즈 나의 여신' <펄스픽 제공> |
◆콘텐츠 시장의 강자 '숏폼'
올해 7월 온라인에 문을 연 '비글루'는 여느 OTT와 다른 형태로 운영되는 플랫폼이다. 이 앱에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그중에서도 한 회차당 2분 안팎의 숏폼 드라마를 전문으로 내보낸다. 주요 콘텐츠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유저를 겨냥해 세로형식으로 제작했으며,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등 7개 언어를 지원한다. 비글루에서 소개되는 100여 편의 콘텐츠들은 '쉐어하우스' '대표님의 파트너' '나인 투 식스' 등 제목에서부터 대부분 19금을 연상시키는 제목과 내용으로 이뤄진 것도 특징이다.
최근 각광받는 숏폼 플랫폼은 이뿐 아니다. 왓챠에서 지난 9월 출시한 '숏차', 11월 출시한 '위치박스', 12월 오픈한 티빙의 '쇼츠' 메뉴 등도 숏폼 위주의 콘텐츠로 서서히 시장을 늘려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색 기반의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최근 숏폼 콘텐츠를 이용해 플랫폼간 장벽을 허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스트리밍 플랫폼인 '치지직'에서 만든 숏폼 콘텐츠를 이달 말부터 네이버 앱과 포털 검색 화면에도 선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외 콘텐츠 시장은 숏폼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의 드라마가 16부작에 200억원 이상으로 천정부지의 제작비를 투입해야 했다면 숏폼 콘텐츠는 50부작 기준 1억원에서 1억5천만원의 비교적 저렴한 제작비가 장점이다.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는 7조원에서 올해는 9조원대로 훌쩍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시장은 6천500억원 규모로 아직 초기 단계지만 성장추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숏폼 콘텐츠는 드라마틱한 서사나 완성도 측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중독성 강한 스토리,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에 힘 입어 사용자들을 서서히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 나문희를 주제로 만든 100% AI 영화 '나야, 문희' <콘텐츠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
◆AI가 만든 영화 '나야, 문희'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오는 24일 개봉하는 신작영화 '나야, 문희'는 100% AI가 만든 영화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배우 나문희를 주연으로 만들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제로 그녀가 영화에 출연한 장면은 단 한 컷도 없다.
최근 국내 영화계에서 'AI'는 뜨거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부천국제영화제가 AI영화 섹션을 도입한 것을 비롯해 각종 기관과 지자체 등에서 AI영화제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과 달리 아직 AI영화는 주인공이 가상의 인물이어서 대중적 인기를 얻지는 못하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생성형AI를 활용해 나문희 배우를 주연으로 만든 AI 단편영화 공모전이 열렸다. 스타배우의 초상권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오픈한 공모전은 처음이었으며, 출연료·장르·형식·러닝타임·규격 등 모든 것이 프리했다.
'자유'라는 주제어 아래 탄생한 5편의 단편을 묶은 영화 '나야, 문희'는 영화감독 5명이 시간, 공간, 장르, 캐릭터의 경계를 무너트리며 배우 나문희를 다양한 시간과 스토리 속에 녹여 놓았다.
박원표 감독이 만든 '쿠키게임'에서는 은퇴후 조용한 노후를 보내던 문희가 커피숍에서 우연히 AI청년을 만나 갈등을 겪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감정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정은욱 감독이 연출한 'DO YOU REALLY KNOW HER'는 미스터리한 존재 문희를 추적하는 CIA 요원 카터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는 과정을 스펙터클한 화면에 펼쳐 놓았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든 AI영화를 관람한 나문희는 "새로운 도전과 기술적 발전에 흥미를 느꼈다. 오페라의 주인공도 되어보고 싶은데, 체력에 한계가 있다 보니 이렇게 AI 영화를 통해 날개를 다는 것 같아 정말 좋았다"면서 "우선 아이디어가 정말 좋았고 가보지 못했던 곳에도 앉아 있게 되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나야, 문희' 제작사 엠씨에이 박재수 대표는 "이번 영화를 시작으로 배우, 감독, 창작자가 더 많은 영화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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