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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오판에 대한 단상

2024-12-23

[월요칼럼] 오판에 대한 단상
이창호 경북본사 본부장

'A Bad Goodbye' 1990년대 미국에서 히트 친 컨트리 음악의 제목이다. 클린트 블랙과 위노나 주드라는 가수가 부른 듀엣곡이다. 우리 말로 옮기면 '슬픈 이별'. 근데 'Bad Goodbye'는 남녀 간 안타까운 이별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크게 화를 내거나 다투면서 끝나는 관계를 나타낼 때도 쓴다. "Bad Goodbye, 윤석열 대통령" 헌재의 최종 탄핵 판단이 남아 있지만 이미 국민 다수의 마음은 그에게서 떠났다. 비상계엄이 '6시간 천하'로 끝났을 땐 일말의 측은지심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마음은 사치다. 반성은커녕 "뭐가 잘못됐느냐. 끝까지 해보겠다"는 워딩을 접하는 순간 만정이 떨어졌다. 앞으로 그가 여하한 처지로 추락해도 다 자업자득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외신들은 일제히 '치명적 오판(致命的 誤判·fatally misjudged)'이라고 헤드라인을 뽑았다. 천둥벌거숭이 같은 대(大)오판에 씁쓸함을 넘어 분노감을 지울 수 없다.

다시 '오판'의 문제를 생각한다. 인간은 왜 오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까.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이 가장 신뢰했던 동업자인 고(故) 찰리 멍거(전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의 얘기를 곱씹어 보자. 그는 생전 하버드대 강연에서 오판의 근본적 이유를 제시했다. 이른바 '오판의 심리학'이다. 그는 인간이 오판을 저지르는 가장 큰 이유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을 들었다.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을 선택해 판단의 잣대로 삼는 행태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 중 하나인 '부정선거 확신'은 전형적 확증 편향의 심리다. 고교·대학 후배 등 마음에 맞는 이들을 등용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얘기만을 들은 것도 마찬가지다.

멍거는 오판의 또 다른 이유로 '과잉 자신감 편향(Overconfidence Bias)'을 꼽았다. 이는 자신의 능력과 판단이 실제보다 뛰어나다고 믿는 심리적 오류다. 정치 지도자일수록 이런 심리에 빠지기 쉽다고 했다. 아마 윤 대통령 생각엔 비상계엄이 별것 아니었을 게다. 과거 서슬 퍼런 검찰에서 범죄자를 마구 잡아들이는 것쯤으로 여겼을 테다. 하지만 가공할 '소셜미디어의 힘'이 작동하는 작금의 세상을 간과했다. 자신에게 참담한 결과로 이어질 거라는 걸 몰랐다.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밖엔 달리 할 말이 없다. 보편적 상식에서 벗어난 대통령의 '지나친 확신'은 패착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도긴개긴이다. '개딸(이재명 강성 팬덤)'에 둘러싸여 나머지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확증 편향에 빠져있다. 오로지 자신의 사법 리스크 방탄과 대권만을 위해 공당(公黨)을 사당(私黨)으로 만들었다. 국민 다수의 반감은 안중에도 없다.

대한민국 위정자들에게 옳은 판단을 기대하기란 언감생심인가. 국가 번영과 국민 안녕을 이끌 현명한 위정자를 기다리는 것은 헛된 일인가. 오죽하면 이런 넋두리를 해볼까. 신뢰를 저버린 위정자에겐 "아니다"라고 고함을 질러야 한다. 하지만 그 이전, 위정자를 잘 뽑는 일이 더 절실하고 절박하다. 우리 국민부터 오판하지 않아야겠다. 그 어떤 위정자에게 부여되는 것과 똑같은 중량의 책임감을 우리 국민도 가져야 한다. 적어도 손바닥에 왕(王)자를 새기고 토론회에 나온, 자기 성질대로 안된다고 계엄령을 내리는 자와 숱한 범죄 혐의에도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는 자만큼은 국가수반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온전히 국민의 옳은 판단에 달려 있다.이창호 경북본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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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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