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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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청년버스킹이 진행되고 있다. <대구시 제공> <영남일보 DB> |
◆상상력으로 '낡음'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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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하천조성사업 조감도. <대구시 제공> <영남일보 DB> |
금호강은 수십 년간 정체된 대구 발전사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1980년대 동촌·화원유원지와 현재 모습은 별반 다를 게 없다. 시는 금호강 대구권역 41.6㎞ 구간에 2028년까지 5천430억원을 투입, 대대적인 수변공간 개발에 나선다. 계획대로라면 금호강에서 개방형 '강수욕장'과 수상스키를 즐길 수 있는 미래가 펼쳐질 날도 머지 않다. 디아크·동촌·하중도·금호워터폴리스·안심습지 등 5대 거점 수변개발이 완료되면 금호강이 온전히 시민 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대구 쇠락의 근본원인인 일자리 문제도 르네상스로 해결할 방침이다. 시는 섬유패션 르네상스를 통해 5대 미래 신산업과 섬유패션산업의 동반성장으로 첨단 미래 섬유패션테크산업으로 대전환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유니클로 못잖은 대구산(産) 파워풀 SPA브랜드를 개발하고, 그린·첨단소재·디지털 제품생산 및 공정 활성화에 나선다. 목표대로 2030년(신공항 개항)까지 연간 매출액 500억 규모 섬유패션 기업이 50개 육성되면 생산유발효과는 5조1천534억원에 달한다. 취업유발효과도 3만3천여 명에 이를 것이란 게 대구시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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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말 대구 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에서 국내 최장수 패션쇼인 대구컬렉션이 열렸다. <대구시 제공> <영남일보 DB> |
◆취지에 걸맞은 콘텐츠 채워야
르네상스를 시정에 도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는 무궁무진하다. 르네상스에 함축된 '문화'와 '창조' 키워드를 시정에 접목하면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도시 이미지가 형성된다. 전통 산업을 혁신하고 새로운 기술과 방법을 도입하는 혁신 행정 이미지도 창출할 수 있다. 특히, 도시의 역사와 전통을 재조명하면서 주민들이 도시의 역사적·문화적 유산에 대한 자부심·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 다만, 제대로 된 콘텐츠가 동반되지 않으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혜수 경북대 교수(행정학과)는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 특색 없는 지역에 색깔을 입히고, 침체한 지역 문화도 부흥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며 "거창한 네이밍에 걸맞은 내용과 콘텐츠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시민 입장에선 우롱 당하는 모양새가 된다. 단체장 성향에 따라 흐지부지되는 1회성 행정에 그쳐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 ◆르네상스와 대구
르네상스는 14세기부터 17세기까지 유럽에서 일어난 문화, 예술, 과학, 철학 등의 광범위한 부흥 운동을 일컫는다. 프랑스어로 '재탄생'을 뜻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적 유산을 부활시키고, 이를 토대로 새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르네상스 이전 중세 유럽은 현 대구 모습과 묘하게 겹친다. 종교에 사회, 정치, 인간의 삶을 구속당한 중세 유럽은 예술, 사상, 철학 등 전 분야에 걸쳐 퇴보를 거듭했다. 수도권 블랙홀에 인구 감소 등 지방소멸을 겪는 대구의 상황도 엇비슷하다. 르네상스를 통해 대구시가 내려는 메시지는 선명하다. 과거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창조의 꽃을 피웠던 르네상스처럼, 대구 역시 새로운 발상을 통해 낙후된 삶의 전반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 옛 영광을 되찾아야 하는 중세 유럽과 대구의 이해관계도 일치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022년 4월 민선 8기 시장 출마 선언 기자회견 당시 "오늘의 대구는 1970~1980년대의 성취와 영광을 뒤로 한 채 쇠락·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며 "대구의 변화와 영광을 위해선 정치와 행정, 시민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에서 르네상스의 필요성을 함축하는 대목이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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