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 백미 100포 기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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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0일 대구 동구 신천3동 행정복지센터에 익명의 기부자가 보낸 10㎏ 쌀 100포가 보관되어 있다. 작은 사진은 익명의 기부자가 쓴 메모. <대구 동구 신천3동 행정복지센터 제공> |
"이번 겨울에도 어김없이 백미 천사가 나타났다."
지난해 12월20일 대구 동구 신천3동 행정복지센터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경산의 한 대형마트에서 쌀 100포를 배달하겠다는 내용이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주문한 사실이 없다며 보낸 사람이 누군지 확인을 부탁했다. 구매한 사람은 모르고, 배달장소는 신천3동 행정복지센터라는 대답이다.
그날 오후 10㎏백미 100포가 신천3동 행정복지센터로 배달됐다. 직원들은 업무를 위한 최소한의 직원만 남겨두고 백미를 옮겼다. 백미 한 포를 옮겨 쌓을 때마다 기부자의 정성이 포개어진다.
익명의 기부자는 2015년 12월부터 10㎏ 백미 100포를 매년 기부해 왔고 이번이 10번째다. 누적 수량은 10㎏백미 1천포에 달한다.
본인이 직접 전달하는 익명의 기부자와 달리 대형마트에서 결제하고 배달해 기부자를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는 매년 백미와 함께 짧은 메모를 남겼을 뿐이다. 2022년에는 "8번째입니다. 따뜻한 겨울 보내시길 바랍니다"라는 메모와 279만원이라는 결제금액 등이 인쇄된 영수증을 남겼는데 영수증 하단의 결제정보는 잘려 나가 있었다. 이번에는 '이웃들과 따뜻한 연말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익명의 기부자는 많은 사람을 궁금하게 한다. 이름과 얼굴은 물론 성별과 연령대도 모른다. 알고 있는 것은 짧은 메모의 글씨뿐이다. 신천3동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수년째 기부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찾지 못했다. 신천3동과 어떤 인연으로 기부 선행을 이어오고 있을까? 어떤 사람은 신천3동에 거주하다가 경산 인근 지역으로 이주한 주민으로 신천3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어려운 시절 힘이 되어 준 기억이 있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도 한다. 겨울 쌀쌀한 동장군으로 전국이 꽁꽁 얼어 있지만, 익명의 기부 천사는 신천3동을 훈훈하게 한다.
류영미 신천3동장은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따뜻한 선행을 베풀어주셔서 깊이 감사드리며 기부해 주신 온기는 관내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잘 나눔 하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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