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사랑방 역할 톡톡 '작은도서관'
작은도서관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는 매력적인 '동네 문화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주민 독서 문화 활성화를 목적으로 등장한 작은도서관은 이제 책 읽는 곳을 넘어서 공동체 활동 공간으로 자리 잡는 중이다. 아이들의 학습을 돕고 주민 맞춤 강좌를 운영하는 등 기능과 프로그램의 다양화로 최근 이용객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휴게·놀이 공간·자료실·열람실 등
아이~어르신 즐겨찾는 문화시설
영어 도서 99%…난이도별 책 구비
연령대 맞춤 영어 프로그램 진행
'선사시대 유적지' 지역 특성 이용
역사 문화 강좌·전시 시즌별 인기
# 복합문화시설 '사월책문화센터'
◆ 뛰어 놀고, 쉬고…복합문화시설 된 도서관
지난해 12월31일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사월책문화센터. 평일 오후에도 다양한 연령대의 방문객이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 홀로 독서하는 노신사부터 장바구니를 들고 서가에서 책을 고르는 중년 여성, 보호자의 손을 잡고 함께 책을 대출하러 온 어린이까지. 일반적인 도서관 같지 않게 세련된 내부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10월26일 정식 개관한 이곳은 기존 사월역작은도서관을 확장·이전한 곳으로 작은도서관과 생활문화센터가 결합된 복합문화시설이다. 812.2㎡(약 246평) 규모의 공간에 주민 휴게공간, 자료실, 열람실, 프로그램실, 어린이 놀이공간을 갖췄다.
일반 도서관처럼 자료 대출이 가능한 것은 물론, 여러 독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먼저 유아 및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그림책을 읽고 책 속 이야기를 요리로 표현하는 프로그램인 '독서 연계 쿠킹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인공지능(AI) 활용 강의도 열렸다. 이외에도 마술쇼, 작은 음악회 등 문화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자원봉사 중인 수성구 주민 유남주씨는 "부모들이 유모차를 끌고 와 아이들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아동 친화적인 공간이라는 점이 좋다. 여러 강좌를 비롯해 음악회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인형극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 영어능력 향상 프로그램 제공 '대구중구영어도서관'
◆맞춤 영어 프로그램 등 주민들 평생교육
주민들의 평생교육을 돕기도 한다. 대구 중구 대봉동에 위치한 대구중구영어도서관은 영어 독서 및 학습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이래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대구경북 첫 영어도서관인 이곳은 지난해 12월29일 기준 약 2만2천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 전체 도서 중 99%가 영어 도서다. 이용자의 어휘 수준에 맞게 난이도별로 책을 비치해 도서관을 처음 찾는 이용객도 손쉽게 책을 고를 수 있다. 미국·영국 등 영어권 국가의 책뿐만 아니라 유럽권에서 영어로 번역된 도서도 소장 중이다. 최근엔 한강 작가의 영어 번역본을 비롯해 한국 문학 작품의 영어판도 다수 구비했다.
도서를 열람할 수 있는 공간뿐 아니라 DVD 등 시청각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리스닝존', 영어 놀이와 학습이 가능한 특화공간 '스토리텔링존' 등의 공간도 마련돼 있어 쉼터 역할도 하고 있다.
영어도서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주민들의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폭넓은 독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아부터 성인까지 연령대 맞춤 정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성인 프로그램으론 일상 영어회화, 영어 도서 읽기(English Book Club) 등의 수업이 있다. 초등영어 프로그램의 경우 레벨에 따라 원하는 반을 신청할 수 있다. 초등영어1(2015~2016년생 대상), 초등영어2(2013~2015년생 대상) 등이 운영된다.
대구중구영어도서관 관계자는 "장서 구성의 차별성으로 중구에 거주하지 않는 시민들도 도서관을 찾고 있다. 외국인 이용객들이 찾을 때도 있다"며 "영유아 도서와 성인 도서를 구분해서 비치해 아이를 위해 방문한 엄마들이 책을 대출해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 역사특화도서관 '서변동작은도서관'
◆지역 역사·문화 담은 전시로도 인기
대구의 역사·문화를 담아 지역성을 살린 작은도서관도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빗살무늬토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는 토기를 제작하는 모습을 마네킹으로 재현한 전시물이 자리한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역사책에 나올 법한 돌칼, 돌도끼 등의 유물이 줄지어 있다. 곳곳에 선사시대 흔적이 가득한 이곳은 선사유적 전시관을 함께 운영하는 역사특화도서관 '서변동작은도서관'이다.
서변동작은도서관은 선사시대 역사 유적지라는 지역 특성을 이용해 각종 전시·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서변동 일대에서 발굴된 역사적 사실을 알리고 직접 맞춰볼 수 있는 토기모형 퍼즐 등 다양한 연령대의 눈높이에 맞춰 선사시대 흔적을 전시하고 있다.
도서관은 △인물로 알아보는 펀펀 한국사-근대편 △어린이가 만나는 맨 처음 한국사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역사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새해에도 '인물로 쉽게 만나는 맨처음 세계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역사특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서변동작은도서관 관계자는 "강좌가 있는 시즌에는 아이들이 많이 오는 편인데, 역사와 관련된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가장 빨리 마감된다"고 설명했다.
◆발걸음 늘고 도서관 수도 '증가세'
이런 '사랑방' 같은 매력으로 작은도서관 방문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대구 작은도서관 1관당 평균 방문자 수는 2020년 2천820명에서 2023년 3천722명으로 3년 새 32% 늘었다.
도서관 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대구시의 작은도서관 수는 2020년 205곳에서 2021년 208곳→2022년 219곳→2023년 226곳으로 4년 새 10%(21곳) 늘었다. 대구통합도서관 자료를 살펴본 결과 2024년 11월 기준으로는 대구시의 작은도서관이 268곳으로 전년 대비 42곳이나 껑충 뛰었다. 특히 작년에 11개월 동안 무려 18.6%나 증가한 것.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작은도서관을 찾는 이들과 동네 곳곳에 도서관이 늘어나는 건 굉장히 바람직한 현상이다. 특히 이전까지는 부모가 아이의 교육을 학원 등 사교육 기관에만 의존했다면, 도서관에 같이 가 함께 문화생활을 하는 건 교육 및 양육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일"이라고 진단했다.
글·사진=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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