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체 파손되고 승객 대부분 다쳐
방위각 시설과 충돌...무안 참사와 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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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경주공항. <영남일보DB> |
경북 포항공항(현 포항경주공항)에서 25년 전 항공기가 방위각 시설과 충돌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안공항 참사에서 활주로에 있던 방위각 시설이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목되자 국토부가 "여수·청주·포항공항에도 유사시설 있다"고 설명한 가운데, 이 중 포항에서 실제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던 셈이다.
항공기 사고조사 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 1999년 3월 15일 낮 12시쯤 서울에서 출발해 포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활주로의 방위각지시기 안테나와 연쇄 충돌하며 철조망을 뚫고 나가 공항 외곽 언덕에 정지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탑승객과 승무원 등 156명 중 19명이 중상을 입고 134명이 경상을 입었다.
항공기 역시 동체가 파손되는 등 심하게 부서졌고, 항공기와 충돌한 방위각지시기 안테나와 활주로 철조망 등도 파손됐다. 사고 당시 시계는 좋지 않아 여객기가 1차 착륙에는 실패했고, 이어 2차로 착륙을 시도하다 사고가 났다. 보고서를 보면 포항공항 활주로는 콘크리트가 포장된 2천134m 길이(폭 45m)었으며, 여객기는 활주로에 닿은 지 29초 후 활주로를 이탈했다. 2초 뒤 방위각지시기가 있는 언덕과 접촉했으며 1초 뒤에는 완전히 정지했다.
여객기는 활주로 끝에서 150m 떨어진 방위각지시기 언덕(약 2m 높이)을 지나면서 바퀴가 빠졌고 이후 동체가 파손됐다. 당시 목격자는 "'시계가 좋지 않아 회항한다'는 기장의 안내 방송이 있고 15분쯤 뒤 다시 착륙을 시도했다"면서 "그러나 속도가 줄지 않았고 창문 밖으로 바리케이드가 보인 뒤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또한 "사고 당시 기내에 연기가 가득 찼으나 화재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며 앞문과 비상구가 열려 승객들이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사고 이후 포항공항은 인덕산 높이를 낮추는 공사가 진행됐다. 이는 포항공항의 착륙 지점에 위치한 인덕산(해발 95m)이 장애물로 작용해 비행기들이 활주로를 온전히 사용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전준혁기자 jjh@yeongnam.com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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