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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일론 머스크가 경주에 온다면

2025-01-20

[월요칼럼] 일론 머스크가 경주에 온다면
이창호 경북본사 본부장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환한 미소가 아직도 눈에 선연하다. 1999년 4월21일, 자신의 일흔 세 번 째 생일을 기념해 대한민국 안동 하회마을을 찾은 여왕은 성대한 생일상을 받자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여왕은 높다란 떡꽃 화분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생전 처음 맛을 본 '안동소주' 잔을 들고선 연신 엄지를 치켜 세웠다. 여왕은 그날 "오늘 이곳에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을 보냈다"고 했다. 여왕의 방문 이후 하회마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안동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별호(別號)를 얻으며 외국인 관광객에게 조금은 특별한 곳으로 각인됐다. 여왕의 족적(足跡)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 건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여왕이 1954년 영연방 국가인 호주를 방문한 기간 우연히 찾은 울룰루(호주 북부에 있는 거대한 바위산)는 세계적 자연유산으로 주목받으며 호주의 상직적 명소로 우뚝 섰다.

이렇듯 글로벌 셀럽(유명 인사)이 닿는 발길마다 그곳은 단숨에 핫플레이스가 되곤 한다. 전설적 팝그룹인 비틀스 멤버들은 1968년 인도 북부의 조그마한 마을인 리시케시를 찾아 명상에 심취했다. 두 달간이나 그곳에 머물렀다. 이들의 방문은 리시케시가 지구촌 '명상의 성지'로 각인되는 기폭제가 됐다.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2000년 영화 '툼 레이더' 촬영을 위해 찾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보곤 첫눈에 반해버렸다. 이후 그녀는 캄보디아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전 세계에 앙코르와트를 널리 알렸다. 홍보 뿐만이 아니었다. 유네스코와 손을 잡고 앙코르와트 보존을 위한 기금을 모으기도 했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생전 뮤직비디오 촬영차 방문한 브라질 살바도르의 펠로리뉴는 전 세계 잭슨 팬들에게 일종의 '성지 순례' 코스가 됐다.

오는 가을 대한민국 경북의 경주도 글로벌 셀럽의 시선을 사로잡게 된다. 주지하듯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려서다. 지구촌 최대 경제협력기구 행사에 세계 21개국 정상과 글로벌 기업 오너들이 찾아 온다. 무엇보다 경북도가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기업인인 일론 머스크(테슬라·스페이스X CEO)를 비롯해 팀 쿡(애플 CEO)·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창업자·이사회 의장) 등 글로벌 '슈퍼 리치'의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건 고무적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APEC 유치 과정에서 "각국 정상과 기업인들이 한국에 잠만 자러 오는 게 아니다"며 경주 유치를 확신했다. APEC을 반드시 성공시켜 경주를 세계 10대 관광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뜻하지 않게 의심받고 있는 국가 신뢰도를 일거에 회복시키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APEC을 준비하는 이 도지사의 각별한 각오를 읽을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타고난 '호기심꾼'이자 '하고집이'다. 우주 개발을 진행 중인 미국의 한 마을에 새로운 지자체를 세우는 걸 추진 중일 정도다. 일견 엉뚱해 보이지만 '미래 도시'를 만들기 위한 그의 창의력이 놀랍다. 그가 초청을 수락해 경주를 찾는다면 그곳의 '그 무엇'에 마음을 빼앗길 수 있을까. '첨단(尖端)'과 '전통(傳統)'은 서로 통한다고 했다. 어쩌면 자신의 '미래 세계' 설계에 '천년 고도' 경주를 넣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도지사 말마따나 그가 잠만 자고 경주를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가 경주에 온다면 대박이다.

이창호 경북본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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