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기 대구시체육회장 |
한국 스포츠계를 이끄는 수장을 선출하는 제42회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시작으로 중앙종목단체, 17개 시도체육회 회원종목, 228개 시군구체육회 회원종목 등 전국적으로 6천여 명의 체육 종목단체장 선거가 마무리되었거나 진행 중에 있다.
지난 14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치러진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역대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초 3선 도전에 나선 이기흥 현 회장의 당선을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는 지난 8년간 쌓아온 단단한 지지 기반과 야권 후보들의 단일화 실패가 이 회장의 3연임을 막기 어렵게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투표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다. 가장 젊고, 탁구 영웅 출신인 유승민 후보가 당선되며 현장에 있던 체육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2016년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단체가 통합된 이후,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개선하고 더 많은 체육인의 의사를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중앙 및 광역, 기초 체육 단체장은 대의원총회가 아닌 선거를 통해 선출하도록 변경됐다. 이는 조직의 사유화를 막고 체육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변화였다.
그러나 중앙종목단체와 달리 지방체육회에서는 이 같은 선거제가 오히려 지방 체육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방의 경우 종목단체 운영은 회장단의 출연금과 중앙 및 지자체, 체육회에서 지원하는 일부 보조금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종목 단체장의 역할은 재정적, 행정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하지만 선거제가 도입되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인기 있는 몇몇 종목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종목단체는 회장을 영입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정적 부담뿐 아니라, 바쁜 시간을 쪼개 헌신해야 하는 봉사직인 만큼 선거를 치르면서까지 시간을 투자하려는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결국 지방체육회 종목단체의 현실은 선거제가 도입된 이후 더 어려워졌다. 종목단체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중앙종목단체와는 달리 지방체육회 종목단체장은 대의원총회에서 선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방 체육의 발전은 안정적인 리더십과 실질적인 지원에서 시작된다. 효율적인 제도 개선이 지방체육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체육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체육 단체장 선거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들은 우리 체육계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선거인단 구성 방식의 공정성 확보, 지방 선거인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권역별 투표장 설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 마련, 선거 과정에서 체육인들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시스템 구축 등은 체육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반드시 검토되고 개선돼야 할 사항들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국내 체육 환경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스포츠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이번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과 분열로 인해 체육계가 입은 상처는 하루빨리 치유되어야 한다.
선거는 단순히 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이 아니라, 체육인들이 함께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선거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개선해나가는 한편, 체육계의 화합과 단결을 이루어내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박영기 대구시체육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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