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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 권력의 이동과 예술

2025-01-24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파리기후협약 재탈퇴한 미국
기후위기 심각성 일깨운 예술
첨단산업 변화 예술에도 영향
예술은 현실 반영하는 '창(窓)'

[하프타임] 권력의 이동과 예술
임 훈 문화팀 차장

지난 21일 새벽, 인터넷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을 시청했다. 이날 취임식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세계의 시선이 쏠린 행사답게 미국시민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가의 내빈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개인적으로 주목한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열린 자신의 취임식 직후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재탈퇴 문서에 즉각 서명했다는 것이었다. 이는 바로 직전 미 대통령인 조 바이든이 취임하자마자 미국을 파리기후협약에 복귀시킨 것과 극명히 대조되는 행보여서 특히 눈길을 끌었다.

파리기후협약은 모든 나라들이 탄소배출을 줄여 기후위기를 막겠다는 의도로 체결된 국가 간 협약이다. 파리기후협약은 2016년 발효되며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추는 브레이크 역할을 담당해 왔지만,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 중 하나인 미국의 탈퇴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미국이 파리기후협약 탈퇴로 환경에 대한 우려는 물론 세계 경제도 요동치고 있다. 특히 수소와 태양광, 배터리 등 청정 신재생 에너지 관련 산업 분야에서 긴장감이 감도는 모양새다.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뉴스를 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는데, 그중에서도 환경 담론을 자신의 작품에 담아내던 수많은 예술가들에 대한 기억이 많았다. 그동안 문화부 미술 담당 기자로서 취재했던 수많은 작가들 중 상당수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일깨우려는 작품을 만들고 선보여 왔기 때문이다. 환경파괴에 대해 걱정하는 작가들의 견해에 대해 폄하 하는 일부의 시선도 있지만, 해당 작가들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은 물론 해수면 및 기온 상승을 경고하는 여러 종류의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며 인류의 생존이 스스로에 의해 위협당하고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정크아트' 작가들의 고민과 노고도 떠올랐다. "내가 하는 일이 보잘 것 없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행동을 환경친화적으로 바꾸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던 작가들의 진심 어린 말도 귓가를 맴돌았다

특정 국가의 정권 교체와 더불어 진행될 첨단산업의 변화 역시 예술가들에게 다양한 의미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 역시 지원 정책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재편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반도체 산업에 기반한 AI(인공지능)와 관련해 예술가들의 상반된 견해가 도드라진다. 최근 기자가 만난 유럽 출신의 한 화가는 "AI와 관련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면서 예술을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절대적인 고유성으로 평가했다. 반면 또 다른 외국 작가는 AI를 인류와 함께해야 할 친근한 대상으로 설정하고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나가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국내 작가들은 대체로 AI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AI가 주도할 미래사회를 디스토피아로 보는 작가도 적지 않았다.

미국의 권력 교체와 예술계에 대한 단상을 이어가자 대한민국의 탄핵정국도 자연스레 뇌리를 스쳤다. 현대의 예술가들은 작금의 세계와 대한민국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평가할지, 어떤 방법으로 표현할지 문화부 기자로서 매우 궁금해지는 날이다. 문화예술은 당대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창(窓)'과 같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2025년의 예술작품을 바라보는 이들의 평가는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임 훈 문화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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