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개최 약속
20여년의 노력,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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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아시아 최초로 청송군에서 펼쳐진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에 수많은 인파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청송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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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청송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가 인공 빙벽을 오르고 있다.<청송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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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청송군에서 아시아 최초로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이 펼쳐지는 모습<청송군 제공> |
주왕산과 온천, 사과로 대표되는 청송. 하지만 겨울철 스포츠 아이스클라이밍의 세계적 성지가 경북 청송군 내룡리 얼음골이란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매년 1월 청송군에서는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이 열린다. 스위스 사스페 월드컵, 캐나다 에드먼튼 세계선수권대회와 함께 세계 3대 아이스클라이밍 대회 중 하나로 손꼽힌다. 국내에 빙벽등반이 도입된 것은 1975년 무렵. 당시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의 구곡폭포를 등반한 것이 한국 빙벽등반의 시작이다. 이후 아이스클라이머들은 설악산 토왕성 폭포와 대승폭, 소승폭, 운악산 무지개 빙폭 등 국내 산악지형을 활용해 빙벽등반을 대중에 알렸다.
1980년대 후반부터 겨울철 등산 장비의 개발·보급이 이뤄지면서 아이스클라이밍은 대중화됐다. 이와 동시에 자연 빙벽을 이용한 등반에서 인공폭포를 이용한 빙벽등반으로 옮겨왔고, 대표적인 인공빙벽은 경북 청송군의 얼음골과 충북 영동군 용산면, 원주시 지정면 판대리, 인제군 북면 용대리 등이 있다. 전체 면적의 약 82%가 산림으로 이뤄진 청송군은 잘 보존된 자연환경을 이용해 산악자전거대회와 모터사이클대회, 산악마라톤 등 다양한 산악 스포츠를 육성해 오고 있다. 이 중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이 개최되는 주왕산면 얼음골은 주변 지역보다 온도가 낮아 아이스클라이밍 대회를 개최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인정받고 있다.
청송군은 1999년 청송얼음골의 천연암벽에 높이 63m의 인공폭포를 조성해 폭 50여m의 암벽 전체를 빙벽으로 조성, 아이스클라이밍 선수들의 훈련 장소로 활용했다. 애초 2004년부터 2008년까지는 실제 천연 빙벽에서 '청송 주왕산 빙벽대회'를 개최했다. 이후 2009년과 2010년 대한산악연맹과 경북산악연맹이 공동으로 전국 최대 규모의 아이스클라이밍 선수권대회를 열기도 했다.
2011년, 청송군은 아시아 최초로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을 개최했다. 당시 시상금 규모는 3만 1천200유로, 추운 날씨에도 전 세계 22개국에서 102명의 정상급 선수가 참여했고, 이를 보기 위해 국내외 4천여 명의 관람객이 모여들었다. 이후 청송군은 2016년 높이 30.5m, 넓이 32m 규모의 인공암벽장과 108m 높이의 인공폭포를 설치했다. 2017년에는 청송클라이밍센터를 준공하면서 현재의 세계적인 아이스클라이밍 경기장으로 거듭났다. 첫 월드컵 개최 당시 청송군은 세계 각국에서 모인 선수와 관계자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이런 노력은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이 2030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이 됐다.
특히, 월드컵 대회가 이어질수록 국내 선수들의 기량도 놀라울 정도로 상승했다. 2015년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대회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제치고 대한민국의 송한나래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청송 월드컵에서는 박희용 선수와 신운선 선수, 이영건 선수가 우승을 이어오면서 대한민국을 아이스클라이밍 강국으로 자리 잡게 했다.
청송군이 가진 산악 스포츠에 대한 열정은 월드컵 경기에 참가한 선수와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주왕산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설경은 대한민국 청송군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월드컵 기간 청송군을 방문한 국내외 선수들과 수많은 관람객으로 청송의 특산품인 사과와 지역 농산물의 판매도 늘면서 지역 경기에 큰 도움을 줬다.
청송군의 우수한 대회 운영은 청송을 '아이스클라이밍의 메카'란 이미지를 심어줬을 뿐만 아니라, 각종 산악 스포츠와 관광 명소로 이름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개최로 청송군민들의 삶에도 변화가 생겼다. 월드컵에 참가하는 선수들과 관계자, 관람객들을 위한 다양한 먹거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주민들은 외국 선수들이 한국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입을 모은다. 월드컵으로 모인 인파들이 기념품과 지역 특산물을 구매하고, 지역의 음식점과 숙박시설을 이용하며 생기는 경제적 효과도 주민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청송군은 지난 10일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을 오는 2030년까지 청송에서 개최하기로 국제산악연맹(UIAA)과 협약했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청송군은 아이스클라이밍이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송군은 지난 2014년 소치올림픽이 열린 러시아를 방문해 아이스클라이밍의 정식 종목 채택을 건의했다. 이런 노력은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아이스클라이밍이 쇼케이스 종목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낳았다. 오는 2030년 프랑스 알프스 동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을 크게 열어놨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청송군은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을 비롯해 다양한 산악 스포츠와 관광 자원을 개발해 청송의 매력을 세계에 알리는데 더욱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정운홍기자 jwh@yeongnam.com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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