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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도 빈부격차…소득 높을수록 더 많이 움직인다

2025-01-30 17:58

소득 낮을수록 걷기·유산소·근력운동 실천율 낮아…10년 새 격차 더 벌어져
대구에서도 운동 격차 뚜렷…노동 강도 높은 직업일수록 운동 기회 부족

운동도 빈부격차…소득 높을수록 더 많이 움직인다
소득 수준에 따른 운동 격차를 보여주는 일러스트. 왼쪽에는 하루 종일 일하고 지친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건설 노동자가 보인다. 반면, 오른쪽에는 최신 운동 기기를 착용한 직장인이 공원에서 가볍게 조깅을 즐기고 있다. 배경은 낡은 공업 지대와 깔끔하게 정비된 공원의 대비를 통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운동 환경 차이를 강조하고 있다.<영남일보 AI 제작>


대구 북구에서 일용직 노동을 하는 김모(57)씨는 하루하루 몸이 부서져라 일하지만 정작 자신의 건강을 챙길 시간은 거의 없다. 새벽 5시에 나가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고 돌아오면 몸이 천근만근이다. 운동은커녕 밥 먹고 씻고 나면 그대로 잠에 빠진다.

그는 "건설 현장에서 하루 종일 움직이는데, 운동을 따로 할 여유가 없다"며 "쉬는 날이면 피곤해서 누워 있기도 바쁜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지만, 병원도 자주 가지 못한다. 치료비 부담이 크기도 하지만, 일을 쉬면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건강을 챙기고 싶어도 현실이 허락하지 않는다.

반면, 대구 수성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박모(42)씨는 퇴근 후 헬스장에서 근력운동을 하고 주말에는 테니스도 즐긴다. 직장에서는 사내 동호회 활동을 통해 정기적으로 운동할 기회도 있다. 박씨는 "운동을 해야 몸이 개운하고 스트레스도 풀린다"며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등산도 간다"고 자랑했다.

소득이 높을수록 걷기,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을 더 많이 실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생활습관의 차이를 넘어, 건강 불평등이 소득 수준에 따라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운동은 곧 건강과 직결되며, 장기적으로는 기대수명과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30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3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걷기를 주 5일 이상 실천한 사람의 비율은 44.5%였다. 그러나 소득 수준에 따라 차이가 컸다. 가장 소득이 낮은 '하' 그룹에서는 39.1%였지만, '상' 그룹에서는 49.2%로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2014년만 해도 이 격차는 2%포인트에 불과했지만, 최근 10년 사이 5배로 확대됐다.

유산소 운동 실천율도 소득별 차이가 뚜렷했다. 일주일에 중강도 신체활동을 2시간 30분 이상 하거나 고강도 신체활동을 1시간 15분 이상 한 사람의 비율은 평균 52.5%였지만, 소득이 낮은 그룹은 48.3%, 소득이 높은 그룹은 57.2%로 8.9%포인트 차이가 났다. 특히 남성의 경우 그 격차가 13.3%포인트로 더 컸다.

근력운동 실천율도 마찬가지다. 일주일에 최소 2일 이상 근력운동을 실천한 비율은 소득 '하' 그룹이 21.4%, '상' 그룹이 32.8%였다. 소득이 높은 사람일수록 근력운동을 꾸준히 실천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 또한 2014년 5.2%포인트였던 격차가 최근 11.4%포인트까지 확대되며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운동 격차는 건강 격차로 직결된다. 윤석준 고려대 의대 교수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인의 건강수명(질병이나 장애 없이 건강하게 사는 기간)은 평균 71.82세다. 하지만 소득이 높은 그룹은 74.88세, 소득이 낮은 그룹은 66.22세로 8.66년의 차이가 났다. 단순한 기대수명의 차이가 아니라, '건강하게 사는 기간' 자체가 소득 수준에 따라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운동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개인의 의지 문제만은 아니다. 시간과 경제적 여유, 운동할 수 있는 환경 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소득이 높은 사람일수록 여가 시간이 많고, 피트니스 시설이나 건강 관련 정보 접근성이 좋다. 반면, 저소득층은 생계를 위한 노동이 길어 운동할 시간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운동이 단순한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 불평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보다 쉽게 조성하고, 저소득층도 부담 없이 신체활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대구지역 한 가정의학과 개원의는 "저소득층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공 운동 시설 확대와 건강 프로그램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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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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