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지원 전략적 선택 확산
우수 신입생 유치 경쟁 치열
지원율도 학교 성과에 영향
학생·학부모 만족도 높이는
교육의 내실 더욱 중요해져
![]() |
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
대구 일반고등학교가 학교 설명회로 신입생 유치에 나섰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영남일보 노진실 기자는 '지역 고교 중3 유치전 본격화'라는 지난해 10월29일자 기사에서 '고교 신입생 유치전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로 규정했다. 일반 고등학교는 국가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배우는 내용을 국가가 정해 두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학교별로 비슷한 교과목을 가르칠 텐데 굳이 학교 설명회를 통해 신입생 유치에 나선 것은 무슨 까닭일까?
대구 지역 고등학교에서는 1975년 입학생부터 평준화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자율형 사립고, 특수목적고등학교, 특성화고등학교 등 일부는 학교장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했으나, 대부분 고등학교는 교육청의 추첨 배정 방식에 따라 학생을 선발했다. 그러니,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신입생 선발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교육청에서 배정해 주는 학생들을 받아 잘 가르치기만 하면 되었다.
도시 규모가 커지고 통학 거리가 멀어지면서 학군을 나누고, 학군 내에서 신입생을 배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대학 입학 성적, 학교 특색 교육 활동, 학생 지원 시스템 등에 따라 학생·학부모가 더 선호하는 학교가 생기면서 타 학군으로 진학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졌다. 거주지는 두고, 주소지만 옮기는 위장전입 등 문제점이 발생했다.
교육 당국은 학군 간 지원을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학교별 모집 정원의 50%까지 학군에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예를 들면, A 고교 모집 정원이 100명이면, 50명은 학군에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학군 내에서도 정원의 10%까지 희망 학교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원율이 높은 학교와 낮은 학교가 선명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학생과 학부모가 얻을 수 있는 대학 입시 관련 정보가 많아지면서, 고등학교 선택부터 대학 입시와 연계하려는 경향이 커졌다. 당연히 학교 교육과정 편성, 특색 교육 활동, 학교생활기록부 관리, 학교장의 역량과 의지 등 고등학교의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일부 학생, 학부모는 고입 원서를 쓰기 전에 여러 학교를 직접 방문해서 확인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에 발 빠르게 대처하려는 학교가 설명회를 열었다. 입학하면 어떤 교육 활동을 펼치고,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중학교를 찾아가 홍보하기도 했다. 게다가 특정 지역으로 쏠리던 학생·학부모가 요즘은 내신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곳, 원하는 선택과목을 편성한 학교, 특색 교육 활동을 잘 추진하는 학교 등을 찾아 통학 거리와 상관없이 지원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중학교 학업 성취 수준이 우수한 학생들이 전략적으로 고교 내신 경쟁이 덜한 학교를 선택하려고도 했다. 이러니, 학교 설명회를 하지 않으면 신입생의 선택을 받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학령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교육청에서는 배정 학생 수를 결정할 때 신입생 지원율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니 학교들은 어떻게든 지원율을 높이려고 애쓸 수밖에 없다. 또 학업 성취 수준이 높은 학생 한 명이라도 더 받아야 대입 성과를 높일 가능성이 커진다. 학교 설명회를 통해 홍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반 고교에서 학교 설명회를 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 다만, 새 학기를 맞아 학교 설명회에서 약속한 대로 학교 교육과정을 내실 있게 운영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여 대구교육 발전의 한 축을 맡아주면 좋겠다.
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