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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민주주의는 난삽하다

2025-02-06

尹 변호인·여당의 헌재 공격

법치 부정이자 '억지로 까기'

"계몽령" 궤변은 국민 모욕

계엄·탄핵 후 극우 몸집키워

반민주주의 세력 누구인가

[박규완 칼럼] 민주주의는 난삽하다
박규완 논설위원

민주주의는 시민을 더 자유롭게 더 부유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국가별 민주주의 지수에 산입해보면 민주국가 그룹의 1인당 국민소득이 권위주의 국가보다 훨씬 높게 나온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제도라는 민주주의 예찬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국 공산당을 창당한 천두슈조차 "민주주의와 과학이 서양을 광명세계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긍정 담론만 있는 건 아니다. 다소 삐딱한 시각으로 민주주의의 허점과 한계를 통찰한 이들이 적지 않다.

처칠은 "민주주의는 나쁜 제도"라고 비판했다. 단, "다른 정치제도를 제외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땐 문해력이 필요하다. "모든 정치제도는 흠결이 있다. 그래도 가장 덜 나쁜 제도가 민주주의"라는 게 처칠의 진심일 것이다. 19세기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저서 '진보와 빈곤'을 통해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까발렸다. "부패한 민주정에서는 언제나 최악의 인물에게 권력이 돌아간다. 정직성이나 애국심은 압박받고 비양심이 성공을 거둔다". 대한민국의 뜨악한 정치 상황 때문일까. 조지의 지적이 왠지 낯설지 않다.

난삽한 민주주의는 이미 우리 현실이다. 12·3 계엄 이전엔 상대 진영의 정책·법안을 무조건 거부하는 비토크라시(vetocracy)와 다원화·다양성 실종이 민주주의를 위협했다. 김건희 특검법 및 반도체특별법·전력망법의 표류, 탄핵 폭주가 비토크라시의 산물이었다면 민주당의 이재명 독주제체와 국민의힘의 '당론 독재'는 정치 일극화의 폐해다.

비상계엄 후의 민주주의 취약성은 더 과격하고 극단적으로 노정됐다. 극우의 득세가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구속, 헌재 심판 과정에서 극우 유튜버, 태극기 부대, 개신교 근본주의가 몸집과 세력을 키웠고, 여당 내 극단주의 의원들의 말발이 드세졌다. 윤 대통령 측의 프로파간다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억까(억지로 까기)'도 심각하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중국 공산당의 흑묘백묘론을 들먹였다"며 색깔론을 덧씌웠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은 실용주의를 얘기할 때 흔히 인용하는 화두다. 여기에 공산당이 왜 나오나.

윤 대통령 변호인단과 여당의 헌재 공격도 마찬가지다. 진보 재판관의 과거 SNS, 가족사까지 들추어내 트집을 잡는다. 굳이 헌재 재판관의 이념성향을 따지자면 보수 및 중도보수 5명, 진보 3명이다. 왜 진보 재판관한테만 딴죽을 거나. 스포츠 경기에서 실력이 달리는 팀이 심판에 시비를 거는 꼴이다. 박근혜 탄핵 판결 땐 재판관 8명 중 보수성향이 6명이었지만 전원 합의로 탄핵이 인용됐다. 헌재 공격은 '억까'이면서 법치 부정이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저자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는 "주류 정치인이 극단진영의 과격화를 수용하고 법적 절차를 거부하면 민주주의는 위험에 처한다"고 경고했다.

"계엄령이 아니라 국민 계몽령"이라는 궤변도 놀랍다. 계몽은 '지식수준이 낮거나 인습에 젖은 사람을 가르쳐서 깨우친다'는 뜻이다. 국민을 낮잡아보지 않고는 입에 올릴 수 없는 말이다. 민주주의(democracy)의 어원은 '민중에 의한 지배'를 뜻하는 그리스어 demokratia다. 민주주의의 주체 민중을 대놓고 모욕했으니 사뭇 반민주적이다. 존 F 케네디는 "민주주의는 완벽한 제도가 아니다. 부단한 노력과 의지로 반민주세력을 방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계엄·탄핵 정국의 반민주주의세력은 누구인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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