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0206010000676

영남일보TV

[월요메일] 환자가 제안하는 보험사기, 근절해야

2025-02-10

[월요메일] 환자가 제안하는 보험사기, 근절해야
이원혁 국립치의학연구원대구유치위원장

얼마 전 5년 만에 한 환자분이 내원했다. 환자는 치료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지 치료 기간 중 수차례 '노쇼'와 예약변경, 사용하는 모든 재료의 성분구성과 재질, 원산지 등을 세세하게 물어봤다. 진료를 마친 후에도 전화상담을 하는 터라 기억에 남는 환자였다. 그 환자는 5년 전 치아를 치료한 것이 돼지갈비를 씹다가 부러진 것이라고 말하며 지금 그렇게 의무기록부에 다시 적고 치아 파절의 상병명으로 진단서를 떼달라고 했다. 하지만 모든 병원은 환자가 내원하면 그 목적을 진료기록부에 적게 돼 있고, 그 당시 진료기록부에는 씹는 것이 전반적으로 불편하고 찝찝해서 전체적 검진을 원한다고 적혀있었다. 그래서 임상 및 방사선학적 검사상 예전에 떼웠던 곳이 무너지면서 충치가 심한 치아 하나만 치료를 권유했고 전반적인 잇몸 관리 교육을 병행했다. 환자에겐 의무 기록부와 방사선사진을 보여주며 설명을 드렸고, 의무기록부를 바꿔서 기록하는 것은 중대한 의료법 위반이라 불가능함을 설명했다. 치과의 경우 임플란트 시술 시 뼈 이식에 관한 내용을 임의로 했다고 하거나 수술 날짜를 다르게 위조하다 단속된 경우가 간혹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치과 의사들은 의료법에 따라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양심적인 진료를 하고 있다.

나름 환자분을 잘 이해시켰다고 다행이라 생각했었지만, 그 후 수차례의 전화와 내원을 통해 다른 병원은 해준다는데 왜 여기만 안 해주느냐며 항의가 잇따랐고, 급기야 국민신문고, 보험공단, 심평원, 보건소 등에 민원을 넣어 병원문을 닫게 하겠다는 말까지 듣게 됐다. 결국 보건소에서 현지 조사가 나왔고, 의무기록부 등을 조사한 후 그냥 돌아가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이에 억울함을 호소해 봤으나, 개인적인 소송을 하지 않는 한 환자가 불법적인 행위를 한 게 아니어서 방법이 없다고 했다. 결국 남은 것은 환자가 병원에서 난동을 부리는 것을 본 다른 환자들에게 우리 병원에서 느낀 불편한 기억을 안겨준 것과 인터넷에 남은 말도 안되는 후기 댓글의 상처뿐이었다.

2016년 보험사기 특별법이 처음 제정되고 2024년 8월 개정돼 사기죄 기준이 대폭 강화됐다. 위반 시 최고 징역 10년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이 강화됐고 이를 막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보험사들이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신고 포상금까지 지급하고 있지만, 뉴스에서는 환자뿐만이 아니라 조직적인 집단 그리고 의사까지 동참한 보험사기에 대한 기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보험사기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은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심각한 범죄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제도와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 덕분에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의료비 부담이 적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빠른 시간에 받을 수 있는 의료선진국이다. 의료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이것을 누릴 수 있는 만큼의 의료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아졌으면 좋겠다. 의사는 '의원 의(醫) 스승 사(師)'자로 이루어졌다. 이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다른 직업군에 비해 더 높은 윤리성과 도덕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직업적 소명 의식은 의사뿐만이 아닌 모든 의료인이라면 적어도 한번은 가슴속에 불타올랐던 시기가 있을 것이다. 이제 1년이 넘어선 의료대란의 혼돈이 언제 진정될지 모르겠지만, 늙어서 환자의 손을 잡지 못하는 그날까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는 의료인이 되기를 다시 한번 다짐을 해본다.
이원혁 국립치의학연구원대구유치위원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