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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필사' 왜 유행하나(1) 시·헌법·노래 가사까지… 디지털 시대 '필사 열풍'

2025-02-07

서점가엔 필사 관련 서적 줄지어 진열

아날로그적 기록 행위에 대한 세대 열광

독서는 '영혼의 양식' 필사는 영혼의 운동'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필사 왜 유행하나(1) 시·헌법·노래 가사까지… 디지털 시대 필사 열풍
가랑비메이커가 펴낸 '낮달의 시간' 문장을 필사한 메모지(왼쪽). 조용미 시집 '초록의 어두운 부분'의 한 구절 필사. <인스타그램 @hippiebear_ 제공>

"단 한 번 명멸하는 삶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떤 행위를 할 것인가? 그 행위 속에 '진짜 나'가 있는가? 그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진짜 나'를 발견하고 완성하는 것인가?"

최근 책장 구석에 있는 노트 하나를 꺼냈습니다. 마구잡이로 페이지를 펼쳤습니다. 언젠가 읽은 교양 서적의 한 구절을 적어놨더군요. 연필로 꾹꾹 눌러쓴 흔적은 당시 문장을 곱씹으며 옮긴 것을 방증했습니다. 책은 고갱의 삶과 예술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고갱은 화가가 되기 위해 안정적인 회사를 나오고, 가족과의 생이별에도 굴하지 않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런 삶을 두고 책은 삶을 살아가는 데에 정답은 없고, 각자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삶의 빛'만 있을 뿐이고, 고갱도 그러했고 그 빛을 따라갔다고 말했습니다. 실존적인 삶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실존적인 삶을 살고 있을까? 고민하며 문장을 따라 썼습니다.

기자에게는 작은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이 습관을 '기록병'이라 합니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책에서 자주 찾습니다. 그래서 책의 좋은 문장이 제 세계의 일부가 되길 바랍니다. 제목만 들어도 그 문장이 바로 떠오를 만큼 내 것으로 온전히 남길 원합니다. 좋은 글을 읽는 것은 영혼의 양식이지만, 그것을 따라 쓰는 것은 영혼의 운동이라 합니다. 그리하여 필사를 합니다. 손으로 직접 쓰면 더욱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입니다. 이런 필사의 매력이 알려졌는지 최근 '필사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서점가에도 필사 관련 서적들이 줄지어 진열돼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의아합니다. 필사란 '아날로그적인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복사-붙여넣기 한 번만 하면 모든 게 기록되는 세상입니다. 누군가에겐 다소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일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이 행위가 유행하는 이유가 뭘까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위클리포유에선 그 이유를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필사 열풍' 현상을 취재해 봤습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필사' 왜 유행하나(2) '텍스트힙' 트렌드, 읽기 넘어 따라 쓰기로 확대…매력적인 문장 곱씹는 재미에 빠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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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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