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끝없는 돌봄시대 도래- <중> 노노(老老)케어
![]() |
지난 7일 오전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에서 '노노(老老)케어' 활동 중인 변두영(가운데)씨가 그의 파트너(맨 왼쪽)와 함께 돌봄대상 어르신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집에만 있으면 오히려 병 생겨"
노노케어 일자리에 적극 참여
신청 가정 방문해 장시간 대화
새로운 공동체 문화 자리매김
◆ "엄마 생각에 자주 찾아가요"
"제가 돌보는 할머니는 연세가 아흔 여덟인데 6·25 참전 요공자 미망인이에요. 딸이 한명 있는데, 저보다도 나이가 많아요. 그런데 작년부터 사위가 많이 아파서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있어요. 장모에게 당최 신경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 제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돌봐주고 있어요."
올해 76세인 변두영씨는 4년 전부터 노노케어에 참여하고 있다. 재작년 허리 수술로 6개월 정도 움직이지 못했다. 건강을 회복한 뒤에 재활을 겸해 다시 활동에 나섰다. 현재 돌보는 할머니와는 지난해에 인연이 처음 닿았다.
"요즘 노인들은 예전보다 훨씬 건강해요. 지금 돌보는 할머니도 내후년이면 100세인데, 귀가 잘 안들리는 것 외에는 정정해요. 딸이 자주 못 들여다보는 대신 통화를 하는데, 귀가 어두우시니 제가 말을 전해주기도 하고 그럽니다. 한 달에 10번 방문하는 데, 저희 어머니 생각도 나고 해서 수시로 찾아가 집에서 요리한 음식을 한 그릇씩 가져다 드립니다."
변씨는 이제 할머니의 또 다른 딸이자, 절친한 말동무다. 변씨는 방문 때마다 집 청소를 한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 스스로는 청소기조차 작동시키기 어렵다보니, 거실부터 방·욕실·베란다까지 정리해준다. "노인들은 말동무만 해줘도 좋아해요. 아무라도 같이 있으면 커피 한 잔 마시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요. 그렇게 서로 인연이 돼 친해지면 자연스럽게 활동하러 갈때 말고도 평소에 자주 방문해서 교류하게 됩니다."
그렇게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이유가 있냐고 묻자, 변씨는 '우문현답'을 내놨다. "옛말에 '이웃 노인도 섬기면 복을 받는다'는 말이 있어요..이웃끼리 돌봐주는 건 그냥이라도 할 일인데, 나라에서 지원금까지 주니 얼마나 좋아요. 노인들은 정말 집에만 있으면 몸 아프고, 우울증이 와요. 저보다 연세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은 분을 돌봐주면서 제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전 만족합니다."
◆ "이웃 간에 정을 내야죠"
배연임(73)씨는 노노케어 7년차 베테랑이다. "여러 일자리가 있지만, 노노케어는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형태여서 선택했어요. 처음 할 때 교육을 받았고, 매년 12월에 재신청해서 연장하고 있습니다. 신청 가정 집에 매달 10회 방문해서 3시간씩 있다가 옵니다. 주로 청소를 한 뒤 앉아서 장시간 대화를 나누다 옵니다."
노노케어 사업은 돌봄 제공자, 수혜자 중 한 쪽이라도 불편함을 느끼면 교체 신청을 할 수 있다. 통상 1~2년이면 교체된다. 배씨는 7년차인데도 현재 방문 가정이 두 번째다. 앞선 방문 가정 할머니와는 4년간 연을 맺었지만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자 친자식들이 직접 데려갔다고 한다.
"원래 방문하기로 한 날이 아닌데, 할머니가 병원 가서 영양제를 맞아야겠다며 연락이 왔어요.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검사를 한번 하자고 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그때 심부전증을 발견했어요. 조금만 늦었어도 큰 일이 날뻔했어요. 얼른 대형병원에 가라고 하더군요. 평소 그 할머니 자녀들과 자주 연락을 하고 있어서 제게 자녀 연락처가 있었어요. 그래서 자녀들이 큰 병원으로 모시고 갔어요."
당시 할머니는 고비를 잘 넘겼지만 기력이 많이 쇠해져 치매 증상도 나타났다고 한다. 하루는 휴대전화 충전기를 찾던 할머니가 배씨를 도둑으로 몰아가는 황당한 일도 있었단다. "그래도 지낸 세월이 있어서, 치매기가 있단 걸 금방 알아챌 수 있었어요. 젊은 청년들이 노인을 대하면 사소한 것들을 잘 몰라서 놓치는 경우도 있지 않겠습니까. 저도 친정 어머니와 아버지를 보면 나이들수록 아기가 되세요. 이런 점을 이해한다는 게 노노케어의 장점이 아닐까요." 배씨는 "우리나라에 갈수록 노인이 많아져 참 걱정이에요. 조금이나마 건강한 제가 힘닿는 데까지 다른 노인을 도울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서로 단절된 관계가 익숙해진 세상입니다. 이럴수록 이웃 간 정(情)을 낼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조언했다. 배씨는 요즘 80대 할아버지를 돌보고 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이윤호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