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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
국내 음원 차트와 해외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리며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노래 '나는 반딧불'을 부른 가수 황가람이 지난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마흔 한 살 가수 황가람은 자신의 20대와 30대 시절 경험을 소박한 말투로 담담하게 전했다.
어린 시절 태권도 선수였던 그는 큰 부상으로 인해 태권도 선수의 꿈을 포기하고 평소 좋아하던 노래를 직업으로 하는 가수의 꿈을 꾸게 되었다고 한다. 찜질방에 자수정 붙이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 200만원과 여벌 옷 몇 가지만 챙겨 서울로 상경했다. 홍대 놀이터에서 버스킹 공연을 했는데 잠을 잘 때면 추위를 피할 수 있는 화장실 청소 도구함,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찜질방 옥상 굴뚝 밑을 찾기도 했다. 택배 상하차, 고깃집 불판 닦기 등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서강대교, 영등포 육교를 건너다니면서 노래 연습을 했다. 작은 창고를 거처로 마련할 수 있게 되었을 때는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쉬지 않고 연습을 했다고 한다.
가수로 데뷔를 해서 100개 이상의 곡을 발표했지만 단 한 곡도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인생에서 다음 단계 문이 열리지 않는 이유가 자신의 노력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조금 더 노력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 스스로 다독였다. 30대 후반 오디션을 통해 극적으로 밴드 '피노키오'의 보컬 가수로 합격했지만 3개월 만에 코로나가 터졌고 이 때 그는 터널의 끝이 막다른 골목임을, 이 방향이 아니라고 온 세상이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알려주는 듯한 좌절감을 느꼈다고 한다. 당시 '나는 반딧불'의 원곡자가 오디션에 함께 참여했던 동료들에게 커버 요청을 했는데 가사가 마치 자신의 인생과 닮은 듯해 황가람은 곡 전체를 불렀고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인기를 얻게 되었다.
'스무 살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MC의 질문에 프로그램 내내 소탈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던 그의 눈동자가 갑자기 흔들리더니 못내 눈물을 쏟는다. 마흔 한 살의 황가람만이 오롯이 이해하는 지난 20년의 시간. '조금만 더 노력하면 기회가 올까?'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 '한번만 더 버텨보자' 견뎠던 시간들이 눈물에 담겨 있는 듯하다.
처한 상황이나 사연은 제각각 다르지만 비슷한 인생의 시기를 지나며 닮은 고민을 하고 있는 또래 3040들로부터 '나는 반딧불' 노래는 특히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위해 헌신했는데 어떤 연유로 공동체를 떠나 달라고 권고받을 때. 인생을 갈아 넣어 일군 사업체를 떠나보내야만 할 때. 개인의 사적인 약점이 사회적 관념을 극복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누군가 주지시켜줄 때. 그래서 실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 끝은 유리천장임을 알게 되었을 때. 빛나기에 자신이 별인 줄로 믿어 의심한 적 없었는데 별이 아니라 개똥벌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한번만 더 용기내 보자'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며 버티고 견뎠던 시간들이 문득 초라하게 느껴질 때. 열정과 노력이 진심이었기 때문에 더 아플 때. 별빛이 아닌 반딧불의 작은 빛도 때로는 아름답다는 사실을 그의 노래가 깨우쳐준다.
이런저런 고민으로 상담받고 가르침을 얻으려고 찾아뵌 스님으로부터 실은 우리 인생이 유행가 가사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말씀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반딧불 노래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가사를 되뇌어 본다.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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