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90% 떠나고 교수진 탈진…“병원 운영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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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영남일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료 공백이 가장 심각한 곳은 경북대병원이었다. 2024년 기준 경북대병원 의사 수는 233명으로, 전년(499명)보다 무려 266명이 줄어들었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상급종합병원도 마찬가지로 계명대동산병원 176명, 영남대병원 166명,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119명이 감소했다. 다만 칠곡경북대병원 경우 222명에서 208명으로 비교적 적게 감소(-14명)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이번 의료 대란의 핵심은 전공의 공백이다. 경북대병원 경우 인턴이 27명에서 1명으로 줄어 사실상 전멸 상태다. 레지던트 역시 188명에서 13명으로 급감했다. 계명대동산병원의 전공의 감소 규모는 197명(인턴 -47, 레지던트 -150), 영남대병원은 140명(인턴 -40, 레지던트 -100)으로 확인됐다. 특히 인턴 모집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신규 전공의가 없는 병원이 속출했다. 진료 보조인력이 떠난 빈자리를 그동안 교수진과 전임의가 메워 왔지만 임계점에 다다랐다. 이 때문에 전임의마저 사직을 고민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병원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 전문의 수는 지난해 기준 1만4천166명으로 전년(1만4천427명)에 비해 261명 감소했다. 이 같은 의사 수 감소 현상은 서울 대형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구에서도 야간·응급 근무를 맡아 오던 교수들이 연일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으며, 일부는 실제 병원을 떠나기 시작했다. 대구 한 대학병원 교수는 "처음엔 어떻게든 버텼지만, 이젠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이미 주니어 교수들의 사직이 늘고 있고, 남은 인력도 한계에 봉착했다"고 답답해 했다.
정부는 전공의 모집을 상시 채용 방식으로 전환했지만, 병원들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이미 떠난 전공의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는 것. 전공의 없이 버텨온 병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신규 전공의 지원이 없는 상태여서 3월 이후에도 의료 공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환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이다. 중증환자 치료가 지연되고, 응급의료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어서다.
대구 의료계 관계자는 "이대로 간다면 남아 있는 의료진마저 탈진해 대구 의료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정부가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13일 호텔 인터불고대구에서 열린 의료현안 간담회에서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것보다 '의료대란' 조기 수습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도지사는 "의료대란이 지속되면 지방 의료는 더욱 위태로워질 것이다. 지방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2026년 의대 정원 증원은 원점에서 정부, 의료계, 전공의 학생 대표들과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도지사는 간담회 후 SNS를 통해 의료대란 수습의 중요성을 재차 피력했다. 그는 "경북 입장에선 의사 수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에 지역 출신 의대생을 선발하는 제도로 증원이 절실하다"며 "만약 수습 방안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기존 의사들이 빠져 나갈 우려가 커진다. 증원보다 의료대란 조기 수습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북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의료취약지역이다. 인구 1천명 당 의사 수가 1.4명으로 전국 평균(2.1명)에 한참 못 미친다. 특히 필수의료 인프라와 응급의료·외과 등 전문의 부족으로 중증 환자의 신속한 치료가 어려운 실정이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