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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2025-02-17

예전같지 않은 졸업식 풍경

불투명한 경제, 디지털 전환

앞날 막막한 청년들의 현실

험난한 길 더욱 큰 응원 필요

모두의 미래 함께 축원하자

[아침을 열며]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박순진 대구대 총장

해마다 2월이면 학교마다 졸업식이 열린다. 학생들이 여러 해 공들여서 받은 빛나는 졸업장을 가슴에 품고 저마다 새로운 도전과 낯선 미래를 향해 출발한다. 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이맘때면 졸업으로 정든 학생을 떠나보내고 연이어 새로운 학생을 맞는 일이 연례행사가 되었다. 해마다 학생들과의 이별과 만남을 되풀이하는 일이 이제는 제법 익숙해질 만도 한데 나이가 들어도 좀처럼 무덤덤해지지 않는다.

예전의 졸업식은 시끌벅적한 행사였고 텔레비전에도 제법 큰 비중으로 나오는 뉴스였다. 그 시절에는 졸업식에서 선후배가 함께 부르며 눈물 훔치던 졸업식 노래가 있었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로 시작하는, 언제부터인가 졸업식장에서 사라진 노래가 문득 생각난다. 가사 내용이 요즘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졸업을 축하하고 앞날을 축원하던 마음과 정든 교정과 친구, 선생님과 헤어지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베이비붐 세대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시대에는 졸업식이 지금과 사뭇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다. 그때는 각급 학교를 졸업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는 인생사였다. 졸업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한층 성숙해지고 사회적으로도 독립적인 한 몫의 역할이 기대되는 새로운 단계로의 진입을 의미했다. 직업 세계로 진입하는 계기였고 성인으로서의 온전한 역할로 전환되는 중요한 통과 의례였다.

요즈음의 졸업식 풍경은 예전 같지 않다. 고등학교까지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학교 졸업생이라 해도 어른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어리다. 개인적으로 성숙하고 사회적으로 독립하는 나이가 예전에 비해 매우 늦어졌다. 상급학교 진학자가 늘어나고 취업하는 시기도 미뤄지는 추세다. 대학에 진학하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재수나 삼수를 선택하고, 학업을 마친 후에도 취업을 위해 몇 년을 더 준비해야 한다. 졸업이 마냥 축하할 일만은 아니게 되었다.

더구나 올해는 전에 없던 일로 나라가 온통 어수선하다 보니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축하한다는 따뜻한 말을 하기가 어색하게 되었다. 온 국민이 편을 나누어 갈등하는 일이 날로 심화하여 출구가 보이지 않는 데다 국제 정세마저 급변하며 요동치고 있다.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다 보니 이제 막 학업을 마치고 새롭게 출발하는 청년에게 앞날을 축원하는 일이 오히려 민망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이 졸업하고 마주할 세상이 참으로 만만치 않다.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사회로 나가는 청년들은 그렇지 않은 때의 청년들에 비해 일생에 걸쳐 한층 험난한 코호트 경로를 걷게 된다. IMF 시기에도 그랬고 세계금융위기 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온 졸업생도 오랫동안 다른 세대보다 힘든 여정을 거쳤다. 이제 막 사회로 나아가는 졸업생들에게 지금 우리 사회는 참으로 가혹한 도전을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도 청년들에게는 전에 없던 과제를 던지고 있다.

졸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졸업식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지만 졸업이 학생에게 일생일대의 소중한 순간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학생들이 졸업장을 받고 저마다 새롭게 출발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대견하다. 요즘처럼 힘든 시기일수록 낯선 미래와 도전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더 큰 응원이 필요하다. 빛나는 졸업장을 받은 청년들에게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하자. 졸업하는 학생 모두의 성취를 축하하고 앞날의 영광을 함께 축원해 주자.

박순진 대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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