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이주와 가치' 고명숙 대표
가사·체류·인권·법률 지원활동
![]() |
공단이 밀집해 있는 대구도시철도 2호선 성서산업단지역에서 도보로 약 4분 거리에 사단법인 '이주와 가치' 사무실이 위치해 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사상담, 체류상담, 의료지원, 인권지원, 법률 지원'이라는 문구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이주와 가치' 고명숙〈사진〉 대표를 만났다.
고 대표는 대학 시절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운동권 학생이었다.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전공하면서 선주민 젠더폭력 피해여성을 지원하는 일로 시선을 돌려 법제정 운동도 했다.
1995년 당시만 해도 '가정폭력'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졸업 후 1998년부터 여성단체에서 상근 활동하면서 '가정폭력방지법' '성폭력방지법' '성매매방지법' 등이 통과되는 과정을 보면서 성취감도 느꼈다.
그러다가 필리핀에서 온 결혼이주 여성이 남편의 폭력을 피해 고 대표가 근무하던 시설에서 지내게 되었다. 당시 불안에 떨던 필리핀 여성을 이혼절차를 거쳐 본인이 원하는 본국으로 돌려보낸 것이 계기가 되어 이주여성 관련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뒤늦게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고 대표가 쉼터 시설장이 되던 200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이주배경 아동과 여성 인권지원 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16년째 이주배경 여성들의 든든한 '비빌 언덕'이 되어 오고 있다. 하지만 쉼터에서는 이주여성들을 위한 영속적인 지원의 한계를 느껴 2020년 3월1일 현위치에 사단법인 '이주와 가치'를 설립했다.
2020년 3월은 대구에 코로나가 창궐하던 때라 미등록 이주민이 약국에서 마스크도 살 수 없던 시점이었다. 여러 단체의 도움을 받아 마스크 지원사업부터 시작했다.
현재는 △난민아동 지원사업 △한부모 이주여성 물품지원 및 가정방문 사업 △한부모 이주여성 역량강화 사업 △이주여성 맞춤형 평생교육 사업 등 범위를 확장했다.
현재 이용회원은 100명 이상이며 평일 직장에 다니느라 상담을 놓친 이주노동자를 위해 주말에도 직원이 상주한다. 올해에는 한국어프로그램 학습 등 이주배경 아동(중도 입국아동 포함)을 위한 사업에 초점을 맞춘다는 설명이다.
고 대표는 "우리 사회에는 이주배경 여성에 대한 편견이 있다. 예를 들면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남편이 국적 취득의 기회를 고의적으로 늦추는 경우도 있고 결혼후 아이를 갖지 않는 경우는 결혼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경우도 있다. 피치못해 이혼을 선택한 이주여성들에게는 더 심한 편견의 잣대를 들이댄다"고 아쉬워하며 "이주배경 여성은 저출산, 노동 공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전략적으로 불러들였다. 이주민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새 이웃이다. 그렇다면 선주민인 우리는 과연 새로운 이웃과 함께하기 위한 준비가 되었는지 묻고 싶다. 사람을 사람답게 바라보는 인식개선 교육이 절실하다. 그러자면 제도적인 뒷받침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