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다 각자가 속한 세대 부정
서로 '낀세대' 억울함 호소
존중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
다른 사회적 환경서 형성된
가치관 이해하는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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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현 기술보증기금 대경본부장 |
불통의 시대다. 사기업, 공기업 구분 없이 '세대 간 갈등'이 화두이다. 화두를 대하며 정답이 없는 세상이라 푸념한다. 정답은 없지만 답은 있다는 위로도 있다. '답은 늘 안에 있다'고 인정하면서 막상 답을 찾을 때는 상대를 보거나 주변을 기웃거릴 때가 많다.
나의 일자리는 기술보증기금이다. 중소기업의 무형자산을 기술평가하여 유형의 가치로 바꾸어 기업성장을 지원하는 정책금융기관이다. 무엇보다 인적 자원이 중요한 조직이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한꺼번에 퇴직하면서, 20~30대가 반 이상을 차지하는 특수한 상황을 맞았다. 올해 개최된 경영전략회의에서는 이색적인 특강이 진행되었다. 보통 경제 전문가나 기술평가 전문가가 초청되는 자리였지만, 이번에는 현장의 실무자가 강연자로 나섰다. MZ세대가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어떤 기대와 불만을 가지는지 직접 이야기하는 자리다. 제목도 의미심장한 '제가 그 MZ입니다'이다. 미룰 수 없는 화두가 된 '세대 간의 갈등'을 안에서 함께 풀어보자는 특별한 제안이다.
MZ세대는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용어다. 1981년생 박지성(43세)부터 1993년생 아이유(31세)는 물론, 2004년생 장원영(20세)을 넘어 삼둥이로 유명한 2012년생 대한·민국·만세(12세)까지 포함한다. 무려 30년을 같은 세대로 묶는 셈이다. 이러하니 MZ세대의 공통된 가치관을 찾기 어렵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Z세대를 알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MZ세대는 개성과 창의를 중시하고 대면보다는 비대면의 소통을 선호한다. 기술과 플랫폼을 습득하는 능력이 뛰어나 가치 중심으로 소비하고 다양성을 존중한다. 반면 책임감이 없고, 조직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지 않으며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다. 조직 내 MZ세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의 73%가 'MZ세대'라는 단어에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자신들이 'MZ세대'라 불리는 것을 꺼려한다면, 기성세대 특성을 포괄하는 '꼰대'라는 단어에서 문제를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다. 두 용어는 특정 세대를 넘어 사회적 태도와 가치관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표현이다. 'MZ세대'가 개인의 주장이 강하고 책임감과 희생정신이 부족하다면, '꼰대'는 다양한 경험과 능력이 있으나 자신의 경험을 타인하게 강요하고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며 새로운 흐름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둘 다 각자가 속한 세대를 부정하며 서로 '낀세대'라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렇게 불리기 싫어하는 이유를 되물으면, 답이 될 수 있다. 먼저, 서로 다른 환경에서 형성된 가치관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다음은, 한쪽이 변하기를 강요하기보다 서로 존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특강에서 신세대가 기성세대에게 제안하는 소통방법은 새겨 둘 만하다. 갈등을 부추기는 'MZ타령은 멈춰 주세요.' 너무 서두르지 말고 '우리에게 친해질 시간을 주세요.'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존중해 주세요.'
퇴직이 눈앞에 있으니 우리 아이보다 어린 신입직원들이 많다. 그들과 소통하다 보면 서로의 말을 제대로 이해 못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우리 집을 돌아본다. 그곳에는 이들과 비슷한 종류의 '사피엔스' 둘이 있다. 그 둘은 내가 그렇게 키웠다. 직원이 아니라 아이들 수준에서 보면 이해 못할 게 별로 없다. 그 반대의 입장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를 먼저 잘 보고 마주한 사람을 편견 없이 보면 된다. 답은 늘 가까이 있다.
김세현 기술보증기금 대경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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