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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한 달간 한국 경제·안보의 복합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리더십 공백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위기의 근저에는 트럼프의 '미국 최우선주의(America First)', 일방주의(unilateralism)가 자리잡고 있지만, 정세의 대전환에 대응할 리더십의 부재가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정권 교체와 글로벌 재편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공백이 안타깝고, 경제와 외교의 전문가인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 의결과 직무정지가 아쉽다. 트럼프 취임 전후로 많은 정치인과 경제인, 종교인들이 미국을 방문했지만 경제와 안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직접 통화, 일본의 이시바와 인도의 모디 총리 등의 트럼프와 정상회담이 부러울 뿐이다.
경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경제 성장률 저하로 소득 감소와 일자리 부족에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충격을 가하고 있다. 취임 직후 인접 국가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일방적인 25% 관세 부과를 선언했다. 미국으로 우회 수출을 위해 캐나다와 멕시코에 진출한 700여 우리 기업의 상당한 피해가 우려된다. 뒤이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보편 관세를 발표했고, 4월부터는 자동차와 반도체에도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의 주력 미국 수출품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상대국과 같은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는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도 부과하겠다고 한다. 비관세장벽인 환경규제, 수출보조금, 환율정책, 부가가치세까지 감안하겠다니 가히 무역전쟁이 시작되었다.
안보 문제도 곧 현실화될 전망이다. 한반도 관련 주요 인사 4인방이 임명되었다. 리처드 그리넬(북한 담당 특사), 앨리슨 후커(국무부 정무담당 차관), 알렉스 웡(백악관 NSC 수석 부보좌관), 케빈 킴(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이 그들이다. 이들은 트럼프 정부 1기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진행했던 대북 전문가들이다. 트럼프는 대북 직접 대화의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북한은 핵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나는 김정은과 매우 친근하고 서로 좋아한다"고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북미 간 대화는 한반도 안보 지형을 바꿀 것이다. 현재 한반도 안보의 핵심 이슈는 미·중 간의 군사경제 대결 구도가 격화하는 가운데 북한 비핵화, 주한 미군의 규모와 역할 재편, 방위비 증액과 주한 미군 분담금, 한미 군사훈련, 미국의 핵억제 확산, 한국의 핵 개발 등이다. 이에 맞는 우리의 대응 전략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한미경제연구소장인 스콧 스나이더는 "한미 동맹 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자국 방어에 더 큰 역할이 요구될 것"이라며 미국의 무역 압박 극복 방법까지 제시했다. 미국의 방위산업에서 한국의 기술적 파트너 역할, 미국의 석유와 가스 구매, 보편 관세 적용 협상, 중국에 징벌적 관세는 한국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 백악관 NSC 동아시아 국장을 지낸 크리스토퍼 존스톤은 "트럼프는 협상가(deal maker)이기 때문에 상호 이익 증진을 위한 거래적 접근 방법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문제의 본질은 시드니 사일러 전 백악관 NSC 한반도 국장이 잘 짚었다. "한국 국내 정치가 대외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통일된 목소리가 없고 상충되고 있다. 한국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했다.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리더십의 재정립이 중요한 과제이다.
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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