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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신진작가의 첫 개인전, 갤러리의 역할

2025-03-03

[문화산책] 신진작가의 첫 개인전, 갤러리의 역할
박관호〈갤러리제이원 실장〉

2024년의 마지막 전시는 신진 작가들의 그룹전이었다. 갤러리스트로서 오랜만에 신진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하면서, 그들이 처음으로 관객과 만나는 순간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들의 작품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단순한 색감의 선택, 거칠게 남겨진 붓터치 하나에도 그들의 삶이 얽혀 있었다.

하지만 그룹전에서는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온전히 풀어내기 어렵다. 작품 수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마치 짧은 대화에서 핵심만 말해야 하는 것처럼, 그룹전에서는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 일부만 보여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25년에는 신진 작가들의 첫 개인전을 다수 기획하고 있다.

처음 개인전을 준비하는 작가들은 늘 고민이 많다. "나는 어떤 작가인가?" "내 작품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 이러한 질문은 전시가 끝날 때까지 따라다닌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은 결국 예술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갤러리는 이 과정에서 단순한 작품 전시장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 시장 논리만을 따르자면, 검증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만이 갤러리의 역할이라면, 예술의 본질은 점점 시장 논리에 묻혀버릴 것이다. 미술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결국 작가다. 작가가 있어야 작품이 존재하고, 작품이 있어야 갤러리도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신진 작가가 모든 것을 자생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갤러리는 작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작가가 예술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돕는 곳이어야 한다. 신진 작가는 아직 미완성의 존재다. 그리고 갤러리는 그 미완성을 다듬는 곳이 아니라, 미완성 그대로 관객 앞에 내놓고, 그 속에서 성장할 기회를 주어야 하는 곳이다. 우리는 종종 젊은 작가들에게 너무 빠른 결과를 요구하곤 한다. "시장에서 통할 것 같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압박 속에서, 작가는 자신의 세계를 깊이 탐구하기 전에 타협을 강요받는다.

지금 미술 시장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미술품 소비가 줄고, 갤러리 운영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많은 작품이 세상과 만나야 한다. 우리는 종종 예술을 시장 안에서만 평가하려 하지만,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는 단순한 거래를 넘어선다. 작품이 시장에 나가기 전에, 먼저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그것이 갤러리의 역할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신진 작가들의 개인전을 기획할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충분히 펼쳐질 수 있도록, 그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정한 작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갤러리는 단순한 상업 공간이 아니라, 예술이 시작되는 첫 번째 문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문을 열었을 때, 더 많은 새로운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기를 기대한다.
박관호〈갤러리제이원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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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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