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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
출산율이 반등했다. 2024년 출생아 수는 23만 8천300명으로 전년보다 3.6% 증가했고, 출산율은 0.75명으로 전년 0.72명보다 0.03명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이 증가한 것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이 같은 통계결과에 대해 정부는 "결혼 건수, 임신·출산 바우처 지원 실적 등 다양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5년 역시 출산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등의 흐름이 더 강하고 견고한 추세로 자리잡도록 박차를 가해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출산율이 0.75명으로 반등했다고 상황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설사 올해 출산율이 지난해보다 상승해 0.8명에 이른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저출산은 심각하다. 여전히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이다. 출산율이 0.7명대에 머무르는 것은 현 세대 인구를 유지하기는커녕 1/3로 줄어들 재난이므로 피할 수 없다. 더욱이 코로나 사태 이후 출산 선행 지표인 혼인 건수가 늘었다는 점에서 출산율 반등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출산율이 0.75명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이 수치가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른다. 현재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대체출산율이 2.1이라고 할 때, 출산율 0.75명은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0.75명의 자녀를 출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 100명이 자녀 75명을 낳는다는 뜻이므로, 부부 100쌍이 자녀 75명을 낳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현 세대가 부부 100쌍이라면, 다음 세대는 37.5쌍으로 1/3로 줄어들고, 이 추세가 계속되면 그 다음 세대는 14쌍으로 줄어든다. 인구가 현재의 1/7 내지 1/8일로 줄어들어 미래가 암울하다.
2010년대도 출산율이 반등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2009년 1.15명이었다가 2010년에 1.23명, 2011년엔 1.24명, 2012년 1.30명으로 상승하자, 추세가 역전되었다고 호들갑이었다. 추세를 바꿀만한 정책이 없었는데도, 정책당국자들은 정책효과가 나타났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후에도 출산율이 또 상승하기도 했다. 2013년 1.19명이었다가 2014년 1.21명, 2015년 1.24명으로 올랐다. 인구 역피라미드를 역전시킬 기회를 찾지 못했고, 2016년 이후 집값이 폭등하자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했다.
경북도는 2024년 초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완전돌봄 △안심 주거 △일·생활 균형 △양성평등 등 4개 분야에 걸쳐 35개 실행 과제를 돌입하는 등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이례적으로 저출산 극복 총력전에 나섰다. 2024년 출생아수가 전년도 1만186명에서 1만341명으로 늘었고, 출산율이 0.86명에서 0.90명으로 늘었다. 대구시의 2024년 출생아수가 전년도 9천410명에서 1만112명으로, 출산율이 0.70명에서 0.75명으로 증가했다.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대부분 출생아수와 출산율이 증가한 것으로 보면, 경북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딱히 정책효과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강원·충북·제주의 경우 감소했으나 그렇다고 효과가 없었다고 보기도 곤란하다.
필자는 2010년 워킹맘의 출산율이 0.7명이라는 데 주목한다. 당시만 해도 출산율이 0.7명대로 추락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2009년 이후 남성을 앞질렀고, 대부분의 국민이 여성도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딸을 아들과 똑같이 교육한다. 이 사회의 표준은 여성이 사회에 나아가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 것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그러하다. 하지만 일터에선 자녀를 둔 여성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모성 페널티'는 여전하다.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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