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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
우리 역사 속에서 법치주의가 상실되고 인권의 침해가 극악했던 사건들을 되짚어 보면, 마녀사냥과 인민재판이 떠오른다. 요즘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중세의 마녀재판이나 근대의 인민재판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14세기 말부터 시작된 흑사병은 유럽 인구 중 약 3분의 1의 생명을 앗아갔다. 사람들은 이 끔찍한 사건의 원인을 밝히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종교적, 미신적 신념에 의존하였다. 이러한 일그러진 신념을 통해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려는 경향이 나타났고, 비난의 대상은 바로 마녀였다. 마녀재판은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 무지와 미신이 결합한 편견과 무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었다. 법치의 상실 속에 종교지도자와 정부는 마녀사냥을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수단으로 철저히 이용하였다.
인민재판은 법적 절차 없이 민중들이 직접 범죄자 또는 의심되는 사람을 처벌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주로 공적 제도와 법률 체계의 허점이나 불신을 이유로 법을 무시한 채, 민중들이 자발적으로 법적 권위를 행사하는 상황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인민재판의 사례로는 프랑스 혁명기(1789~1799)에 법적 권위가 무너지면서 무고한 다수의 사람이 민중의 손에 처형되었다. 중국의 문화대혁명(1966~1976) 기간에도 인민재판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당시 마오쩌둥의 정책 아래 홍위병은 법적 근거 없이 스스로 정한 반혁명분자들을 '대중의 적'으로 지목하고, 그들에 대해 공개적 비판과 폭력을 가하고 처벌을 내렸다. 인민재판은 공정한 법적 절차를 대신하여 감정적이고 편향된 사사로운 판단으로 행해진 것이었다. 대중의 적이 되면 제대로 된 증거 조사나 변론 기회도 없이 즉각적으로 처벌되었다.
공정성 없는 마녀재판이나 인민재판은 법치주의의 훼손과 동시에 인권이 철저히 침해된 역사적 결과물이다. 이러한 역사를 통해 우리는 공정성 없는 선동적 군중심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배워왔다. 그렇기에 오늘날에는 법치주의가 강조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기관들이 마련되었다. 그중 헌법수호와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기관이 바로 헌법재판소이다.
1987년 헌법재판소가 새롭게 설치되었지만, 크게 기대를 받지는 못한 헌법기관이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권력에 기생하는 사법부에 대해 대다수 국민의 뿌리 깊은 불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재의 판례는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법원 역할을 해오며 권위를 가져왔다. 그러나 요즘 헌법재판소는 스스로 불신과 법치주의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무총리의 탄핵심판이다. 매우 조속하게 결론을 내려야 하는 사안이다. 만약 탄핵이 위법하다면, 지금 부총리가 행하는 권한대행 일체가 법적 근거 없는 행위들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무총리의 탄핵은 쟁점이 될 만한 사항이 없으므로 국회에서의 탄핵 정족수 문제만 해석해주면 되는 일이다.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의 결론이 없이는 현재 부총리 대행체제의 정당성이 확보되기 어렵다. 헌법 질서가 왜곡된 상황을 헌법재판소는 의도적으로 방임하고 있다. 이러한 탄핵심판은 예전의 마녀재판이나 인민재판과 무엇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권력의 눈치나 보면서 간접적으로 민중을 선동하며 판사집단의 카르텔(우리법연구회)을 형성하는 헌재의 심판을 우리 국민이 수용할 수 있을까? 대통령 탄핵은 신속한 심판보다는 정확한 심판이 요구된다. 탄핵심판이 현대판 마녀재판이나 인민재판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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