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건축 수리 핵심 자재 국산화…해외 의존 탈피
국가유산 복원 현장, 양질의 국내산 목재 안정적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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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법전면 풍정리에 위치한 국가유산수리재료센터 전경. <국가유산청 제공> |
국가유산 복원의 필수 자재인 전통 목재가 해외 의존을 벗어나 국산화의 길을 열고 있다. 경북 봉화군 국가유산수리재료센터가 2천413주의 국산 목재를 확보하며, 전통 건축 복원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번 목재 비축 사업은 국가유산청과 산림청의 협력으로 추진됐으며,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 '국가유산 복원용 목재생산림'에서 벌채한 소나무(춘양목) 195주, 잣나무 36주, 활엽수 2천182주가 포함됐다. 특히, 평균 직경 45cm 이상의 춘양목은 전통 건축물의 기둥과 대들보로 활용된다.
그동안 국내산 목재는 크기·규격이 맞는 고품질 원목이 부족해 공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또한 유통 구조의 비효율성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국가유산 수리 현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해외산 목재를 대체재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국가유산청이 발간한 '전통재료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국내산 특대재, 자연 곡재, 활엽수 등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수급 애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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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 복원에 사용될 목재의 품질을 확인하기 위해 관계자들이 벌채된 소나무의 직경을 측정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유산수리재료센터는 영주국유림관리소와 국유임산물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벌채(2~3월), 박피(4월), 건조(5~9월)를 거쳐 비축용 저장고에 보관할 계획이다. 필요 시 즉각 공급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 시스템도 구축한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2005년부터 산림청과 협력해 경복궁, 광화문 등 문화재 복원에 소나무 288그루를 제공받아 왔다. 하지만 7ha 면적에서 2천413주의 목재를 한꺼번에 공급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광열 국가유산수리재료센터장은 "국가유산 보수는 단순한 공사가 아니라 문화유산을 후대에 온전히 전승하는 작업"이라며 "이번 목재 비축을 계기로 국산 목재의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전통재료 산업의 자립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목재 비축은 단순한 자재 확보가 아닌, 전통 건축 자재의 국산화를 실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국가유산청은 유통 구조 개선과 품질 관리 강화를 통해, 국가유산 복원에서의 국산재 사용 비율을 더욱 높이고 산업적 기반을 확립할 계획이다.
황준오기자 joono@yeongnam.com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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