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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KCC 프로농구(KBL)' 서울 삼성썬더스와의 경기에서 대구 가스공사 김낙현이 슛을 시도하고 있다. <KBL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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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형 문화평론가 |
그럼 한국이 무대인데 한국인이 아닌 흑인이 주인공인 사례가 있을까? 놀랍게도 하나가 떠오르긴 한다. 비디오 게임은 아니고, 실제 스포츠 경기 이야기다. 그렇다. 정답은 KBL이다. 10개 팀이 치르는 KBL의 득점 순위를 한번 살펴보자. 1위부터 11위까지가 모두 외국인 선수들이다. 그럼 리바운드는? 여긴 한술 더 떠 12위까지가 모두 외국인 선수들이다. 예전에는 그나마 서장훈, 김주성이라도 있었는데 이젠 국산 빅맨까지 씨가 말라버렸다. 한국이 무대인데 한국 선수들은 죄다 '어시스트'나 하는 조연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농구대잔치 시절, 우리 농구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건 인정한다. 그래도 그때는 이제는 서사시 속에서나 나올 법한 느낌인 '한국인 농구 스타'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했었다. "내년에는 현주엽이 고대에 입학한대. 그러면 연대와 한번 붙어볼 만하지 않을까?" 그 시절에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 진짜로 가슴이 뛰었다. 림의 챔피언도, 도전자도, 모두 한국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TV 시청률은 폭발했고, 체육관 앞은 장사진을 이뤘다. 최근에 농구 경기를 예매하러 인터넷을 서핑하다 한 네티즌이 쓴 글을 보게 되니 더욱 격세지감이었다. "KBL 경기는 예매 안 해도 됩니다. 그냥 당일 날 현장에 가서 사세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나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에이스 앤드류 니콜슨이 이번 겨울 페가수스의 명백한 주인공인 것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 없다. 존 콜트레인을 닮은 멋진 눈빛과 이제는 수비까지 보완된 우아한 농구 실력을 놓고 보면, 그는 이제 KBL 전체의 주연이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가끔씩은 다시 보고 싶다. 농구대잔치 시절 여고생들의 비명 속에 백덩크를 내리꽂던, 그 전설의 한국인 농구 히어로를 말이다. 여긴 한국이니까 반드시 구미(歐美) 녀석들이 더 몰입하기 좋은 캐릭터가 주인공이어야 할, 별 같잖은 이유도 없지 않은가? 박지형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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