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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법무법인 화우 환경규제대응센터장·한양대 공학대학원 겸임교수) |
지난해 폰데어라이언 2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출범했다. 집행위는 지난 2월26일 '청정산업딜(Clean Industrial Deal)'을 발표했다. 동 협약은 EU의 산업경쟁력을 제고하고 탈탄소화를 촉진하기 위한 공동 로드맵(Joint roadmap)이다. 이에 앞서 2019년 12월 폰데어라이언 1기에서는 EU의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 로드맵인 '그린딜(Green Deal)'을 발표한 바 있다. EU는 탄소중립 관련 국제사회를 선도하고 있어 이러한 정책변화는 한국의 정책 수립 및 향후 대응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면 그린딜과 청정산업딜의 목표와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먼저 그린딜은 EU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로드맵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의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과 비교될 수 있다. 그린딜은 온실가스, 에너지, 산업, 건물, 교통, 식품, 생태계, 오염 등 사회 전 분야의 정책과 전략뿐 아니라 입법까지도 포함하는 포괄적인 계획이다. 입법계획에 따라 그린딜의 법적 기반인 'EU 기후법(European Climate Law)'이 마련됐다. 동 법은 EU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법제화하고, 2030년 온실가스 배출감축 목표를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 목표는 개별 회원국이 아닌, EU 전체가 달성하는 것으로서 의미가 매우 크다.
반면에 청정산업딜은 그린딜의 탄소중립 목표는 유지하면서 EU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에 대항하여 규제 완화와 절차 간소화를 통해 EU 역내 제조업계의 청정에너지·순환경제 전환을 지원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우선 기업에 부담이 되는 에너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저렴한 에너지에 관한 실행 계획(Action Plan On Affordable Energy)'을 채택하였다.
예컨대, 네트워크·시스템 비용, 세금·부과금, 공급 비용을 줄여 기업의 전기요금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회원국들의 국가 전력세 인하 등을 권고하고,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에너지 효율 솔루션 보급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 외에도 산업 탈탄소화 가속화 법안 마련, 청정 제조업 지원 자금 1천억 유로(한화 약 150조원) 이상 조성이 예정되어 있다. 또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전환 가속화를 위해 2026년 순환경제법을 채택하고, 희소 자재 등 재사용·재활용 촉진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한편 EU 집행위는 기업의 행정 부담을 줄여주기 위하여 규제 간소화를 위한 '옴니버스 단순화 패키지(Omnibus Simplification Package)'도 제안하였다. 예컨대,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관련 적용 기업 축소, 보고 의무기한 연장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또한 한국 기업에 가장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관련 규제도 완화한다. 다만 이는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가 아닌 환경·사회적 영향이 큰 대기업 중심의 규제의 선택과 집중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EU의 탄소중립 정책은 퇴보한 것인가. 결론적으로 EU는 청정산업딜을 발표함으로써 기존의 탄소중립 정책 기조는 유지하면서 중소·중견 기업 보호 등을 통하여 산업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향후 우리 정부도 탈탄소화 촉진과 산업경쟁력의 양립을 위한 입법·정책적 진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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